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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정통부 없애야 통신요금 내린다 / 정남기

등록 2007-08-05 17:39

정남기/논설위원
정남기/논설위원
아침햇발
한때 정보통신부와 통신위원회의 가장 큰 업무 가운데 하나가 이동전화 단말기 불법 보조금 단속이었다. 정부가 2000년 10월 보조금을 금지한 뒤 이동통신 업체들과 당국의 숨바꼭질이 7년 가까이 계속됐다. 20여명의 인력이 상시적으로 단속에 매달렸고, 과징금 심의·의결 절차까지 고려하면 통신위 업무의 태반을 차지했다. 그동안 과징금 부과만 28차례, 3097억원이다.

규제의 명분은 이랬다. 과열경쟁을 불러오고 자금력에 의해 시장을 왜곡시킨다. 또 통신업체의 투자 및 요금 인하 여력을 약화시킨다.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미국, 유럽 어디를 가도 공짜에 가까운 휴대전화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보조금 때문이다. 그렇다고 통신업체들이 투자를 못하거나 요금이 비싼 것도 아니다. 보조금 규제는 결국 7년여 실효성 없는 과징금만 남발하다가 내년 3월로 수명을 다하게 됐다. 막대한 돈과 인력만 낭비하고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동전화 요금을 둘러싸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동전화 요금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이 새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일일이 정통부 인가를 받는다. 그러면 후발 업자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알아서 맞추는 구조다.

그러나 이상한 것이 있다. 요금 인하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정작 정통부는 요금 인상보다 요금 인하를 막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선발 사업자가 요금을 내리면 2∼3위 업체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1위 업체의 지배력만 강화돼 소비자에게 피해라는 논리다. 이른 바 유효경쟁을 위한 비대칭 규제론이다. 또 요금을 내리면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는 주장을 은근히 퍼뜨린다. 보조금 규제와 같은 논리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주파수 등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고 시장점유율(50.4%)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일일이 요금을 결정할 이유는 없다.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72%다. 포스코는 점유율 40∼50%지만 국내 철강가격을 실질적으로 좌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동전화 단말기 점유율은 53.7%, 컬러티브이 점유율은 50.3%다. 현대차가 차값을 내리면 시장지배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할까? 미래 우주항공산업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항공요금을 정부가 일일이 인가해야 할까? 그런 이상한 논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정말 소비자 피해를 걱정한다면 항공요금처럼 상한선을 정해놓고 자유롭게 요금 인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요금 상한제를 도입하면 된다.

일부에선 정보통신산업의 특수성과 산업육성의 필요성을 얘기한다. 하지만 정보통신산업은 절대 ‘특수한’ 산업이 아니다. 항공·에너지·자동차 등도 정보통신 못지 않게 특수하고 중요한 산업이다. 산업육성 정책은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초기 단계에 필요한 것이다. 국내 정보통신 산업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이미 성숙 단계에 들어갔다. 값비싼 통신요금으로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정통부가 개별 기업의 투자재원까지 챙기겠다니 그렇게 할 일이 없는지 묻고 싶다.

유효경쟁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소비자? 이통 업체? 아마도 규제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정통부 관료들이라는 게 정답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정통부가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유효경쟁론을 벗어던지고 요금인가제부터 없애야 한다. 정통부가 계속 변화를 거부한다면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언젠가는 정통부 폐지론으로까지 발전하게 될 것이다.


정남기/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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