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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청자 오딧세이 / 손준현

등록 2007-08-06 17:36

유레카
다섯 길 물속에 그대 아버지 누웠네/뼈는 산호가 되고/눈은 진주가 됐네/…/바다 요정이 끊임없이 그의 종을 울리네.(셰익스피어 <템페스트>)

침몰한 배의 수중고혼은 동그란 파문의 종소리를 계속 울리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멀쩡한 배보다 난파선에 훨씬 더 귀가 솔깃하다. 모두 보물선으로 보이는 까닭일까. ‘난파선은 보물사냥꾼에겐 스페인 대형 범선에서 인양된 금괴 같은 보석일 수 있지만, 수중 고고학자에겐 고대 배의 제조 과정, 포도주 항아리의 경제적 역할 등에 관한 지식일 수 있다.’(앵거스 컨스텀 지음, 김웅서 옮김 <난파선의 역사>) 수중 고고학에서 난파선은 살아 있는 박물관이며 타임캡슐이다.

1975년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14세기 무역선은 한국 수중 고고학을 비로소 물 위로 끌어올렸다. 최근 태안 앞바다 주꾸미잡이 배가 12세기 청자를 실은 운반선을 발견한 데 이어 태안 마도, 바람아래 해수욕장 앞바다에서도 청자가 나왔다. 태안 안흥량은 물살이 빨라 조선 초 60년간 200여척이 깨지거나 침몰했다고 한다. 오래된 뱃길인 안흥량에만 수천척이 천년의 잠을 자고 있을지 모른다.

그 잠 속으로 함께 들어간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seamuse.go.kr)의 수중 발굴지를 따라 강진에서 개경까지 청자의 항해에 동행한다. 청자가 물살을 가른다. 진도 벽파리, 신안 안좌도, 암태도 앞 당사도, 목포 달리도, 무안 도리포, 군산 비안도, 군산 야미도, 군산 십이동파도, 보령 원산도, 태안 안흥량을 지난다. 그 다음은 상상. 경기 근해로 접어들어 대부도와 영흥도 사이를 지나 영종도 옆을 스친다. 교동도나 석모도를 통과하거나, 강화도와 김포 사이 염하를 통해 예성강의 국제무역항 벽란도로 들어간다.

강진만을 떠난 청자가 풍랑과 암초와 조수를 이겨내고 마침내 고려 도읍 개경에 닻을 내린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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