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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노아의 홍수 / 우재욱

등록 2007-08-06 17:39

말살이
여러 해 전 새 천년 새 세기를 열흘쯤 남겨 놓고 세계가 잔치 분위기에 들뜬 사이, 남아메리카 최북단 대서양 나라인 베네수엘라에 폭우가 쏟아져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한 일간지는 ‘베네수엘라 노아의 홍수’라는 제목과 기사로 이 사건을 전했다. ‘노아의 홍수’는 성경에 나오는 사건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7장 10절부터 12절까지를 인용해 보자. “칠일 후에 홍수가 땅에 덮이니 노아 육백 세 되던 해 이월 곧 그 달 십칠일이라. 그날에 큰 깊음의 샘들이 터지며 하늘의 창들이 열려 사십 주야를 비가 땅에 쏟아졌더라.”

‘노아의 홍수’라는 말은 하나의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말이다. 역사적 배경이 확실하다면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나 ‘동경 대지진’과 같은 사건 이름이다. 다만 갑자기 일어난 자연 재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린 벌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건과 구별된다.

고유명사가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경우는 더러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두루 아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은 그와 유사한 경우를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어서 자주 들추면서 보통명사처럼 쓰이게 된다.

특히 성경은 권위가 대단해서 인용이나 비유가 억지스럽지만 않다면, 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성경에 빗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게가 실린다. ‘에덴’은 ‘낙원’으로, ‘바벨탑’은 ‘헛된 욕망’으로, ‘아벨’은 ‘희생’으로, ‘솔로몬’은 ‘지혜’로, ‘마리아’는 ‘성녀’로, ‘가롯 유다’는 ‘배신자’로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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