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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땅이름] 명량·울돌목 / 허재영

등록 2007-08-08 17:40

땅이름
울돌목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친 싸움터로 이름 높다. 울돌목은 말 그대로 ‘울다’와 ‘돌다’에 땅이름을 나타내는 ‘목’이 합친 이름이다. 이처럼 땅이름에서도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는 바탕 말이 많다. 왜군의 재침이 있던 정유년, 이순신의 <정유일기> 9월16일치에는 “갑오일 날씨 맑음. 아침 일찍 망을 보던 군사가 무려 이백여 척의 적선이 명량으로 곧바로 들어와 결진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는 기록이 들어 있다.

‘명량’(鳴梁)은 ‘울돌목’의 한자 표기다. ‘명’(鳴)이 ‘울다’에 해당하고, ‘량’(梁)은 ‘징검다리’ 또는 ‘다리’의 뜻을 가진 한자다. ‘울돌목’이 ‘명량’으로 바뀐 까닭은 ‘목’과 ‘량’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목’이란 통로 가운데 다른 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좁은 부분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신체의 일부인 목이나 길에서 좁아지는 부분을 나타낼 때도 이 말을 쓴다. ‘울돌목’과는 달리 ‘명량’에는 ‘돌다’에 해당하는 한자가 없다. 그렇지만 토박이말 땅이름에서는 ‘돌다’를 갖고 있는 땅이름이 매우 많다. 시골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도랑’은 ‘돌다’에 뒷가지를 만드는 ‘앙’이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울돌목’과 ‘명량’을 견주어 보았을 때, 토박이말로 이루어진 ‘울돌목’이 한자어로 이루어진 ‘명량’보다 지형과 지세를 정확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명량해전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이 울돌목이라는 땅이름 하나만으로도 실감 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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