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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서호납줄갱이 / 조홍섭

등록 2007-08-09 17:3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유레카
‘서호납줄갱이’란 물고기가 있다. 조개 몸속에 산란관을 넣어 알을 낳는 길이가 5㎝가 안 되는 작은 민물고기(담수어)다. 이 물고기가 유명한 까닭은 수원 서호에 유일하게 서식했지만 멸종돼 영영 지구상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인 1911년 미국 스탠퍼드대 총장이자 저명한 어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 박사가 찰스 윌리엄 메츠 박사와 함께 서호에서 이 물고기를 채집해 1913년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했다. 그 후 한국 어류를 폭넓게 연구한 일본인 모리 다메조 박사가 1935년 두 개체를 어렵게 채집해 표본으로 만들어 경성대 예과에 보관했지만, 해방 뒤 불에 타 없어졌다. 세계에 단 하나뿐인 이 한국 특산 물고기의 최초 표본을 보려면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에 가야 한다. 서호납줄갱이는 한국에서 기록된 멸종 1호 척추동물이다.

최근 이 물고기를 둘러싸고 작은 소동이 있었다. 일본에 서호납줄갱이가 살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는 지난 5월 수원시에 이런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합동 생태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6일엔 후쿠야마시 에코클럽의 초중등학생과 지도교사 등 8명이 수원을 방문해 수원천살리기 시민네트워크 회원들과 수원천의 생태조사도 했다. 멸종된 줄 알았던 서호납줄갱이가 고향에 돌아올 것이란 희망이 솟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에서 발견한 것은 서호납줄갱이가 아니었다. 어류학자 이완옥 박사는 “일본 이름 ‘스이겐제니다나고’는 ‘수원에서 발견된 납줄갱이’라는 뜻이지만, 실은 모리가 수원에서 채집해 보고한 다른 종인 납줄갱이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원증연 수원시 환경계장도 “서호납줄갱이를 부활시키지 못해 아쉽게 됐지만 한·일 시민단체의 교류를 통해 생물종의 중요성을 일깨우겠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최근 자생생물 조사를 통해 어류 2종을 포함한 102종의 신종 후보를 발굴한 것이 새삼 돋보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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