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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쇼비니즘 / 곽병찬

등록 2007-08-13 18:02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 논설위원
유레카
프랑스 제1제정 시절 나폴레옹을 신으로 추앙하던 니콜라 쇼뱅이라는 군인이 있었다. 평범한 하급 군인으로 전선에서 17번이나 부상을 당했고, 결국 의병제대 했다. 그러나 나폴레옹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비웃건 말건, 이웃들에게 나폴레옹을 예찬했다. 이런 소문은 연극 연출가 코냐르 형제에게 알려졌고, 코냐르 형제는 작품 〈삼색모표〉에 쇼뱅을 등장시켰다. 이 작품의 성공과 함께 등장한 말이 맹목적인 애국주의를 뜻하는 쇼비니즘이다.

쇼비니즘은 전체주의와 쉽게 결합한다. 위대한 게르만 국가라는 구호는 파시즘을, 신의 나라 일본은 군국주의를 탄생시켰고, 정복전쟁과 인종학살로 이어졌다. 우파뿐 아니라 좌파도 쇼비니즘과 타협했다. 20세기 초 2차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은,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조국을 방위하라’며 각국별 계층간 단합을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을 레닌은 사회쇼비니즘이라고 비난했다.

나폴레옹은 즐겨 ‘애국은 최고의 도덕률’이라고 말했다. 국가주의자들은 이 슬로건을 앞세워 대중으로 하여금 국가를 자신과 동일시하게 했고, 애국을 앞세운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켰다. 소설가 모파상이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은 애국주의에서 잉태했다’고 비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엄청난 폐해에도 불구하고 현대에서도 쇼비니즘은 기승을 부린다. 미국은 9·11 사태 이후 기본권까지 침해할 수 있는 애국법을 제정했다. 일본은 침략의 상징이었던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1999년 국기와 국가로 정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유지하는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침략만 당했다는 역사적 피해의식은 애국주의 발호의 좋은 토양이 된다. 2년 전 황우석 사태는 애국주의가 끼칠 수 있는 해독의 극적인 사례였다. 요즘 다시 애국주의 광풍이 몰아친다. 영화 〈디 워〉와 심형래 감독이 그 진원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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