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일회용 녹차주머니에서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농약성분이 나왔다는 방송 바로 다음날 식약청은 동서식품과 동원에프앤비(F&B)에서 판 가루녹차가 다른 종류의 맹독성 농약에 오염되었다며 긴급히 수거해 폐기하라고 했다. 그동안 식약청에서 정말 녹차의 농약오염 사실을 몰랐을까?
냉동야채 수입액은 지난해 8천만달러가 넘어 6년 사이에 8배가 늘었다. 이 중 95.1%가 중국산이지만 안전성을 검증할 장치도 없이 널리 유통되고 있어 식중독 사고 가능성이 상존한다. 지난 여름 학생 2천여명을 앓게 한 씨제이(CJ) 집단 급식사고의 원인으로도 식약청은 중국산 깻잎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였지만 확인에는 실패했다.
먹거리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위험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우리나라, 정말 믿고 먹을 게 없다’는 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이후 3년 동안 국산의 3분의 1 가격에 지나지 않는 키위는 수입량이 일곱 배, 절반 값인 포도는 갑절이 늘어난 사례에서 보듯 일단 개방 물꼬를 트면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들게 된다. 따라서 먹거리 안전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수입개방 이전에 확립해 놓아야 한다. 미국과 남미에서 재배된 과일이 장기간 배로 운송되는 동안에도 썩지 않고 상품성을 유지하려면 ‘수확 뒤 농약뿌리기’ 같은 합법적인 방부처리를 거쳤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독성을 갖는 살충제가 얼마나 잔류되어 있는지 구체적인 정보는 접하지 못한 채 윤기와 가격을 보고 소비자들은 선택하고 있다.
무원칙적이고 무방비하기로 압권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이다. 통제된 조건 아래의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라는 정부 사이에 약속한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을 여러 유형으로 위반한 나라가, 오히려 아예 위생조건을 완화해 버리자고 안하무인으로 나서고 있다. 7월27일 <에이피> 통신 보도를 보면, ‘2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라는 우리보다 훨씬 엄격한 조건을 이끌어냈던 일본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도 더는 완화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명백히 밝혔다. 국가별 대처능력 차이가 확연히 보인다.
미국 소비자연합은 지난 5월29일 미국 농무성 장관에게 광우병 검사율이 0.1%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하며, 목장에서 직접 개별적 검사시행을 허용하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을 조속히 수용할 것과 이런 쇠고기에 ‘광우병 검사를 시행한 쇠고기’라는 검사필증을 붙이는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유럽연합에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6년 동안 도축 예정이던 건강한 소를 일일이 검사한 결과 1100마리의 광우병 소를 선별해 낸 성과와, 71%의 소비자가 개별적인 광우병 검사를 지지하고, 95%가 개별 검사비용으로 쇠고기 450그램 당 10센트(95원)의 가격 상승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를 소비자연합에서 근거로 제시했다.
농약과 광우병 위험물질과 호르몬 범벅인 농축산물에 무심한 우리의 정책과 제도 탓에 미국은 우리를 국제적인 봉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먹거리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병이 들수록,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특허권 강화와 관세 철폐로 큰 혜택을 받을 미국 제약회사들에겐 시장이 확대되는 호재로 작용할 터이다. 결국 자국민들도 불안해하는 수입 먹거리의 안전성 확보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의 확립으로만 가능하므로 무능하고 무관심한 정부에 대한 준엄한 감시가 필요하다. 그러나 건강한 우리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우리 농업과 가족건강을 살리는 등의 자구적 대안 모색은 여전히 시민의 몫으로 남는다.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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