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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헤지펀드 / 함석진

등록 2007-08-16 18:12수정 2007-08-16 23:38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유레카

헤지펀드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란 책에서 체제와 사상이라는 닫힌 틀을 비판했다. 그걸로 우리의 자유로운 사고와 소통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유독 ‘개입과 통제’라는 예외를 허락한 영역이 경제다. 고삐 풀린 자유시장 경제는 소유의 불평등을 낳고, 그 불평등은 약자의 경제적 자유를 유린한다. 그건 곧 닫힌 사회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계획된 간섭은 이래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퍼가 영국 런던정경대학 교수로 있을 때, 세계 헤지펀드의 대부 격인 조지 소로스는 그의 제자였다. 소로스가 만든 세계적 헤지펀드 ‘퀀텀펀드’는 양자(퀀텀)역학 등 물리학 이론을 주요 분석틀로 사용한 스승 포퍼를 기린 것이다. 헤지펀드는 돈 있는 길목은 어디든 찾아가 피도 눈물도 없이 유린하는 투기자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펀드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무차별 ‘기업사냥’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돈 쓸 땐 ‘열린 방식’을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소로스는 ‘열린사회 재단’을 세워 제3세계 빈민들을 돕는가 하면, 부시 대통령이 “닫힌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라크 침공 반대, 부시 낙선운동에 막대한 자금을 쓰기도 했다. 게걸스런 시장의 모습을 끔찍이도 싫어했던 큰 스승, 포퍼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였을까. 이런 그의 이중적인 모습은 예측불가한 금융시장에 비유되기도 한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로 촉발된 ‘신용경색증’이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엔 어김없이 헤지펀드가 있다. 이들을 위해 세계적인 수학자, 물리학자 출신인 ‘퀀트’들이 정밀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용한다. 그럼에도 쫄딱 망하기도 한다. 그게 시장이다. 많은 서민들은 불확실한 시장에서, 세계적인 두뇌들과 매일 싸움을 벌인다. 주식 대박을 꿈꾸며.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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