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거대백악종’ 발병 당시 아연이(왼쪽)와 2차 수술을 받기 전인 2007년 6월 아연이 모습.
한겨레프리즘
4년이 지났다. 그가 사회를 향해 온몸으로 ‘구걸’한 지는.
처음엔 명동에 서서 외쳤다. “도와주세요”라고. 그 다음엔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서울 구석구석을 다니며 돌리다가, 지난 겨울에는 자전거로 국토 종단을 하며 전단지를 돌렸다. 도중에 교통사고가 나서 중단됐지만, 수만장의 전단지에는 도움을 애걸하는 내용이 가득찼다. 저금통이 차면 돈을 자신의 은행 계좌에 넣어 달라는 ‘뻔뻔스런 구걸’의 말이 새겨진 저금통을 돌리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엔 동영상을 이용한 사이버 구걸에도 나섰다.
자신의 26번째 생일이자, 결혼 5주년 기념일이 막 지난 새벽.
곤히 자는 아내와 딸의 모습을 뒤로 하고, 그는 소형 디지털 카메라와 마주했다. 그리고 2분 동안 호소했다. 감정이 복받치는 대목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훔치면서, 누리꾼들에게 구걸했다. 아무런 편집 기교도 부리지 않은 이 동영상은 보름 동안 무려 48만여명이 보았고, 600만원 정도의 성금이 답지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은 공책과 연필·필통과 함께 현금 5000원을 봉투에 넣어 보내기도 했다. 일주일 용돈이 5000원이라는 이 여학생은 “어금니 부녀 힘내세요. 다음 소포에서 만나요”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그는 암 환자다. 그것도 세계에서 5명밖에 없다는 ‘거대 백악종’ 환자다.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백악질에 종양이 쉼없이 자란다. 그는 10여 차례 종양이 자란 턱뼈와 잇몸 제거 수술을 한 탓에 턱뼈는 없고 어금니 한개만 남아 있다. 그나마 뿌리가 거의 없어 흔들리고, 그는 쉼없이 이를 악물어야 한다. 그 어금니마저 빠지면 평생 죽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어릴 때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수술비를 대주었던 부모님은 오래 전 이혼했고, 초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그는 부모 없이 살았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다. 그리고 4년 전 딸을 낳았다. 행복은 잠시였다. 불행은 대를 이었다. 딸 역시 그처럼 태어나자마자 잇몸에 종양이 자라기 시작했다. 의사는 유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입 주변의 종양 때문에 숨을 쉬지 못하는 딸을 위해 밤새 코를 뚫어줘야 했고, 이미 두 차례 대수술을 한 딸의 얼굴은 만신창이가 됐다. 자꾸 종양은 자라, 현재 잇몸과 눈 아래 탁구공만한 종양 덩어리가 딸의 얼굴을 다시 일그러뜨리고 있다. 너무 어려 마취제도 못 맞고 수술을 감당해야 했던 4살 난 딸은 지금은 아빠를 쳐다보며 “내 얼굴 이쁘게 해달라”고 말한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희귀한 병이기에 부담해야 하는 수술비는 엄청나고, 돈이 없어 이미 다섯차례 수술을 연기해야 했다. 얼굴 종양 제거 수술은 ‘성형수술’로 분류된다. 지난 4년 동안 이영학(25)씨가 각종 구걸로 모은 돈은 대략 8000만원 정도. 이 가운데 30% 정도는 구걸에 ‘재투자’됐다. 한장에 50원 가량하는 전단지를 계속 만들어야 하고, 홈페이지 유지비도 일년에 수백만원 든다. 또 미안한 마음에 다른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성금의 일부를 기탁하기도 한다.
이씨가 딸 아연이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죽는 그날까지 구걸해서라도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가 쓴 글을 읽노라면 콧등이 시큰해지고, 그의 동영상을 보노라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솔직하게 쓰고, 말하니까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허위와 거짓과 비방이 난무하는 세상에 그의 홈페이지(ayun.co.kr)를 방문하면 ‘진한 감동’이 몰려온다. 어금니 아빠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길우/온라인부국장nihao@hani.co.kr
사이버 공간에서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그는 암 환자다. 그것도 세계에서 5명밖에 없다는 ‘거대 백악종’ 환자다.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백악질에 종양이 쉼없이 자란다. 그는 10여 차례 종양이 자란 턱뼈와 잇몸 제거 수술을 한 탓에 턱뼈는 없고 어금니 한개만 남아 있다. 그나마 뿌리가 거의 없어 흔들리고, 그는 쉼없이 이를 악물어야 한다. 그 어금니마저 빠지면 평생 죽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어릴 때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수술비를 대주었던 부모님은 오래 전 이혼했고, 초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그는 부모 없이 살았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다. 그리고 4년 전 딸을 낳았다. 행복은 잠시였다. 불행은 대를 이었다. 딸 역시 그처럼 태어나자마자 잇몸에 종양이 자라기 시작했다. 의사는 유전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입 주변의 종양 때문에 숨을 쉬지 못하는 딸을 위해 밤새 코를 뚫어줘야 했고, 이미 두 차례 대수술을 한 딸의 얼굴은 만신창이가 됐다. 자꾸 종양은 자라, 현재 잇몸과 눈 아래 탁구공만한 종양 덩어리가 딸의 얼굴을 다시 일그러뜨리고 있다. 너무 어려 마취제도 못 맞고 수술을 감당해야 했던 4살 난 딸은 지금은 아빠를 쳐다보며 “내 얼굴 이쁘게 해달라”고 말한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희귀한 병이기에 부담해야 하는 수술비는 엄청나고, 돈이 없어 이미 다섯차례 수술을 연기해야 했다. 얼굴 종양 제거 수술은 ‘성형수술’로 분류된다. 지난 4년 동안 이영학(25)씨가 각종 구걸로 모은 돈은 대략 8000만원 정도. 이 가운데 30% 정도는 구걸에 ‘재투자’됐다. 한장에 50원 가량하는 전단지를 계속 만들어야 하고, 홈페이지 유지비도 일년에 수백만원 든다. 또 미안한 마음에 다른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성금의 일부를 기탁하기도 한다.
이길우/온라인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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