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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당신의 무관심이 …’ / 우재욱

등록 2007-08-20 17:43

말살이
대선을 앞두고 ‘네거티브’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대로 의미도 있고, 그런 전략을 통해서 거둬들이는 성금도 있겠지만, 찜찜한 느낌을 주는 말이다.

헌혈을 권장하는 텔레비전 공익 광고에 “당신의 무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이 흘러 나온다. 피가 모자라 급히 수혈이 필요한 사람이 어려움을 당하는 일이 많기에 이런 광고를 내었을 것이다. 이 말을 ‘부정적’이라고 몰아붙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말은 듣는 이들한테 좋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헌혈을 하지 않은 사람 처지에서는 ‘내가 누구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 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도움을 준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남의 생명을 잃게 한 일도 없는데, 이런 끔찍한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런 말은 뒤집어서 쓰면 듣기가 훨씬 좋다.

“당신의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누구에게나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헌혈을 하지 않은 것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일 뿐이지, 그것이 생명을 잃게 한 행위는 아니잖은가. 광고말을 그대로만 풀면 무관심, 곧 헌혈을 하지 않은 게 바로 살인 행위가 된다. 헌혈을 한 것은 행위지만 헌혈을 하지 않은 것은 행위가 될 수 없다. ‘헌혈을 하지 않은 행위’라는 말은 유령 같은 말이다. 행위가 없었던 것이다. 행위가 없었는데 어떻게 목숨을 잃게 할 수 있는가. 도움을 주지 않은 일에다 해악을 끼친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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