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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종합관리 시급한 논 습지 생태계 / 김귀곤

등록 2007-08-23 18:13수정 2007-08-24 09:47

김귀곤/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김귀곤/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기고
최근 수도권 농지의 택지 개발을 놓고 환경단체와 개발자 사이에 심한 갈등이 일고 있다. 보상이 끝난 후 지난해부터 농사를 짓지 않자 논이 빠르게 습지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습지에는 부들·통발 등 물풀이 자라고 있다. 청개구리·두꺼비·애반딧불이·꼬마잠자리·왕잠자리·밀잠자리·노란실잠자리는 물론 새의 삶터도 되고 있다. 논이었을 때부터 습지조건을 갖춰 그 습지 기능이 유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지를 이용하여 반값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이 발표에는 18홀 골프장 열 곳 이상을 수도권에 조성하는 안이 포함되어 있다. 18홀 기준으로 골프장 하나를 만드는 데는 32만6000평 정도가 든다. 따라서 326만평의 농지가 수도권에서 사라질 판이다. 웬만한 새도시 하나를 조성하는 면적에 해당된다.

최근 한 연구결과를 보면 2만7146㏊에 이르는 습지가 우리나라 농지에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이 면적은 유휴농경지(전체 농지의 1.6%)의 92.4%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습지는 물을 머금어 지하수를 함양시켜주고, 홍수 방지에 도움을 준다. 야생동물의 서식처와 생태축 구실을 톡톡히 해주고 수질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탄소를 흡수하여 기후 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한다. 습지는 야생동물 이동통로, 생물유전자 보관소, 생태공원, 자연체험 학습장, 생태관광지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자연자원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습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습지 총량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습지 총량제도는 미국에서 1988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때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미국의 경우, 5년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가 ‘습지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 ‘맑은물 법’에 따라 습지로 지정된다. 이 농지는 ‘보전지역권’이 설정되어 정부로부터 지원 대상이 된다.

습지가 아닌 농지도 도로나 택지개발 등 다른 용도로 전용할 때에는 ‘습지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전문 컨설턴트로 하여금 조사토록 하여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습지조건에는 토양과 습지 수문만 포함되며, 물풀의 존재 여부는 중요치 않다. 따라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지라도 습지조건을 갖추었으면 습지로 평가되어 규제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이른바 ‘생태 불법방해’(Eco-Nuisance) 혹은 ‘공공 불법방해’(Public-Nuisance)의 정신으로 농지습지를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러한 습지관리 정신과 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은 데서 사회적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 농지를 도로·택지·골프장과 같은 용도로 변경할 때는 사전에 습지조건을 평가하여 전용의 타당성과 적정성을 판단하도록 해야겠다.

논습지 생태계의 종합관리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유휴 농경지에 발달된 습지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종합적인 환경 생태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환경영향 검토 과정에서 농지의 습지조건을 조사한 뒤 개발사업이 이들 조건에 미칠 영향의 크기와 중요성을 평가하고, 대안과 저감대책이 사전에 마련될 수 있도록 현행 사전 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 평가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습지조건 평가지침도 마련해야 한다.

습지조건을 이유로 규제되는 농지에 대해서는 습지은행을 통한 거래나 습지 직불제 실시를 통해 농지 소유자에게 보상해 주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습지로서 농지가 가지는 가치의 재인식이 필요한 때다.


김귀곤/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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