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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바람 / 우재욱

등록 2007-08-27 17:41

말살이
‘바람’의 일차적 의미는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는 대기의 흐름’이다. 바람은 이 뜻에서 벗어나, 다른 말을 덧붙여서 여러 가지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 언론에서는 한때 ‘바람’의 한자인 ‘風’(풍)으로 이런저런 부정적 냄새가 풍기는 말들을 많이 만들어 내었다. ‘북풍·세풍·병풍·총풍’ 등이 대표적인 보기다. 정치에 북한을 이용한 것을 북풍, 세금과 관련된 추문을 세풍, 특정인의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한 것을 병풍, 선거를 앞두고 보수 진영의 표를 모으고자 휴전선에서 일부러 총격전을 벌였다는 따위의 일을 총풍이라 했다.

다른 말로 바꾸어 보면 ‘사건’이다. 보통 사건이 아니라 꾀를 부려 좋지 못한 일을 꾀하다가 동티가 난 사건이다. 미국에서는 닉슨의 ‘워터게이트’, 클린턴의 ‘지퍼게이트’ 등의 말이 있었다. ‘풍’은 미국의 ‘게이트’에 해당됨직하다.

“도풍(盜風)은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지 폭로가 목적이 아니다.”

한 일간지의 “與는 일부만 부각 눈가림 말라”라는 제목을 단 기사 중 한 구절이다. 큰도둑이 잡혔는데, 그 도둑이 어느 도지사의 집에 12만달러가 있었다고 말한 데서 연유하여 ‘도풍’이란 말을 만들어 썼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도 있는데, 바람은 이렇게 말썽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날려 버리고, 쓸어가 버리고, 들썩거리게 만든다. 그래서 들썩거리는 일, 말썽이 된 일에 갖다 대는가 보다. 다행인 것은 좋지 않은 일에 ‘풍’이나 ‘게이트’를 갖다 댄다는 점이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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