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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NLL 수역 평화정착 노력해야 / 서주석

등록 2007-08-27 18:37수정 2007-08-27 19:48

서주석/전 청와대 안보수석
서주석/전 청와대 안보수석
기고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성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이를 ‘영토 개념’이 아니라 ‘안보 개념’에서 보아야 한다고 한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 등은 곧 있을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 포기 및 해상경계선 재설정에 관해 논의할 용의를 표명한 것으로 간주하고 질타를 가하기도 했다.

과연 이 북방한계선은 영토 개념에서 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이는 영해선, 곧 우리 영토의 해상 한계선이라는 것인데, 과연 그런가? 두 차례 교전, 특히 2002년 서해교전에서 이 선을 지켜내고자 필사의 노력을 했던 우리 젊은 군인들이 아깝게 희생되면서 이를 영해로 보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널리 퍼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인식이 보편타당성을 얻으려면 관련 사실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를 따르면 육지에 인접한 북방한계선 남북의 수역은 모두 대한민국의 영토이므로 이 선이 영해선을 의미한다고 하면 위헌적 주장이 된다. 1953년 정전협정에서 육상의 군사분계선만 규정했을 뿐 해상경계선을 따로 정하지 않아 휴전 직후 유엔군사령관이 북방한계선을 설정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제 그것이 영해선이라면 우리 영토를 유엔군사령관이 지정한 셈이 된다. 또 이 선이 영해선이라면 육상의 군사분계선도 국경선이라고 해야 할 텐데 정작 그런 주장은 없다.

정전협정에서 해상경계선이 배제된 것은 1952년 초 판문점 휴전협상에서 유엔군 쪽과 공산군 쪽이 영해의 범위를 둘러싸고 벌인 논란의 결과였다. 당시 압도적 해군력을 보유하면서 휴전 후에도 북한을 압박하기를 원했던 유엔군은 3해리 영해를 주장했고 해상 활동의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를 바랐던 공산군 쪽은 12해리 영해를 주장했다. 회의가 연일 열렸지만 견해가 좁혀지지 않자 양쪽은 아예 규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북방한계선 설정 뒤인 55년에 북한은 12해리 영해를 규정한 내각 결정을 채택했고, 우리는 77년에 12해리 영해를 규정한 영해법을 선포했다. 영해법에 우리의 영해기선은 덕적도 서남쪽의 소령도까지 직선기선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법리상 그 이북의 영해기선은 육지 및 섬의 저조선이다. 서해 5도까지 직선기선을 연장한다면 40해리가 넘는 소청도∼연평도 구역은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이는 “어떠한 국가도 타국의 영해를 공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으로부터 격리시키는 방법으로 직선기선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유엔해양법협약 규정 7조 6항과도 배치된다.

휴전협상 당시의 논란을 상기한다면 이 수역 모두를 자신의 영해로 주장하는 북쪽의 태도도 문제지만, 우리도 이를 영해선으로 설정하기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북방한계선은 이미 남북의 실질적 해상 경계선이며 군사 분계선이다. 가끔 긴장이 발생해도 충돌이 매일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남북 모두 이를 인식하면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는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주장이 크게 달라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쉽게 획정될 수는 없지만 이미 존재하는 구역에 대한 현상유지는 가능하다. 당면한 남북 정상회담과 후속 협의를 통해 경계선 재설정에 대한 무모한 논의보다 이 위험한 수역을 ‘평화의 바다’로 재창조하기 위한 호혜적 노력이 집중되기를 기대한다.


서주석/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전 청와대 안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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