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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먼지사랑 / 박경원

등록 2007-08-28 17:54

시인의마을
말이 되지 못한 느낌은 가볍다

여름 가까운 낡은 외투 속, 한 사내에 이끌려온 먼지와

주머니에 묻어둔 추억의 일행들은 후욱, 가볍다

탁자에 쌓인 희뿌연 공백의 시간들이 가까운 창을 향해

자폐적 감촉으로 증발되는

오후의 기억 너머 한 사내는 말이 없고 먼지들은 두껍다

한 사내는 빠르게 빨아들여지고 먼지들은 서둘러 흐려진다

텁텁하게 지워진 외투가 벗겨지고


후욱, 몸속 언어들이 두툼한 어깨를 흔들며 쏟아진다

추억과 관련된 망각의 모서리들을 툭툭 털어보지만

먼지가 된 유리창 속 점점 숨이 막힌다

그 추억 한 사내의 인생도 새겨주지 못한 채 다만 이렇게

쓰여진다 너를 사랑해

-시집 <나비와 잠>(키와채)에서

박 경 원

1963년 경기 안성에서 남.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시멘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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