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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땅이름] 한내와 가린내 / 허재영

등록 2007-08-29 17:51

땅이름
<열녀춘향수절가>에는 암행어사 이몽룡이 전라도 초읍인 여산에서 일행을 세 갈래로 나누어 떠나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한 갈래는 진산·금산·무주·용담·진안·장수·운봉·구례로 돌아드는 서리패들의 전라 좌도고, 또 한 갈래는 용안·함열·임피·옥구·김제·만경·고부·부안·흥덕·고창·장성 등을 거치는 중방 역졸패의 우도다. 그리고 한 패는 종사들로 익산·금구·태인·정읍·순창·옥과·광주·나주·창평 등지를 거치도록 하였다. 자신은 헌 파립과 망건을 의뭉하게 차리고 삼례를 거쳐 완산 팔경을 구경하며 남원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암행어사가 거쳐 간 땅이름 가운데 “한내 쥬엽졩이, 가린내 싱금졍, 숩졍이, 공북누”가 있다. 얼핏 보기에는 쥬엽졩이, 싱금졍, 숩졍이도 땅이름처럼 보이나 이들은 ‘공북누’와 함께 정자이거나 누각임이 틀림없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 나오는 ‘한내’와 ‘가린내’다. ‘한내’는 ‘크다’의 뜻을 지닌 ‘한’에 ‘내’가 붙은 말로 ‘대천’에 해당한다. 지금의 대천은 충남 보령이므로 춘향가에 나오는 대천과는 관련이 없다. 달리 말해 ‘큰 내’를 뜻하는 ‘한내’도 보편적으로 널리 쓰인 땅이름이다.

‘가린내’는 ‘한내’와는 대립적인 뜻을 갖는 말이다. 이 말은 ‘가늘다’의 다른 형태인 ‘가ㄹ.다’(‘가루’의 어원)에 ‘내’가 붙은 말이다. 곧 ‘가는내’ 또는 ‘가ㄹ.ㄴ내’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런 뜻의 ‘가린내’는 제주도 한림읍 금악리에도 있다. 비슷한 형태로 좁고 가는 골짜기를 뜻하는 ‘가는골’도 산골 마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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