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03 17:13
수정 : 2005.04.03 17:13
지난 1월16일 ‘저작권법중 개정법률’이 발효됐다. 그래봤자 기껏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전송할 권리’를 부여해준 것밖에 없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지진해일과 같은 분노를 표출했고,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네티즌을 범죄자로 몰지마라!’라는 이름의 까페도 만들어져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음반인은 죽어서 돈을 남기고, 네티즌은 죽어서 죄를 남긴다?”며 저작권법에 대한 대반격에 나섰다. 정보공유연대 IP레프트, 진보네트워크센터, 문화연대 등 사회운동단체들도 인터넷 다 죽인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단체들이 낸 성명을 보면, 지난 개정법은 20여년간 지속돼온 저작권 강화정책의 단면에 불과하지만 그 발효효과는 인터넷에서의 소통과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켜 인터넷의 생명력을 말살하는 한편 전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려 한다.
반발이 거센데도 문화관광부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는 2월에 ‘네티즌이 알아야 할 저작권 상식’ 문건을 배포하여 올해를 ‘저작권 침해행위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실천의지를 단호하게 보여줬다. 네티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이 문건은 저작권법에 의해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은 ‘국민의 결단’인 ‘헌법적 요청’의 실현이라고 밝히고 있다. 헌법 제22조(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규정을 들고 나온 것이다. ‘헌법적 요청’까지 내세워 네티즌과 전쟁을 치르려 하는 데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당연히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 예술가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마땅한데, 문화관광부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는 이런 헌법 규정을 팔아 저작자 등의 권리가 아닌 저작권자의 법적 권리 및 자본의 이익을 옹호하는 데만 급급한 것 아닌가. 나도 헌법을 뒤적거려보니,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작권법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 국민(네티즌)을 배려해야 하며,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네티즌)의 주장을 새겨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문화관광부는 저작권법 전문 개정을 통해 더 원천적으로 ‘범죄자’들을 양산해 낚시하려 하고 있다. 대외비 운운하며 3월8일 공청회 때에서야 공개한 저작권법 전문 개정안은 일부 저작권 침해죄를 권리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국가가 처벌할 수 있도록 비친고죄화하고 있으며,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를 ‘저작권위원회’로 바꿔 기업체에서 기부금을 받아 상설 단속반을 설치 및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 저작권법이나 그 개정 방향이 이용자의 욕구를 철저히 배제하고 권리자 쪽의 이익만을 옹호하면서 복합적이고 프로슈머적인 문화창조 공간으로서의 디지털환경을 낡은 저작권 개념으로 다스리려는 데 있다. 이러한 발상은, 많은 네티즌들이 우려하듯, 문화 향유 및 생산의 창조적 소통을 가로막고 나아가 인터넷 세계를 죽은 바다로 만들 뿐이다.
현행 저작권법과 그 개정 방향은 마치 기선저인망어선과 같다. 소형 기선저인망어선은 자루모양의 그물로 바다 바닥을 끌어 치어들마저 싸그리 잡아들이며 연안 생태계 및 어족자원의 산란지를 파괴해왔다. 문화관광부가 네티즌들과 저작권 전쟁을 치르겠다는 것은 창조적 소통의 치어들조차 ‘다 죽여버리겠다’는 반디지털문화적 발상 아닌가. 디지털문화는 “복제와 전송의 사이사이에 비판·비평이 끼어들면서 네티즌들의 문화적 성숙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창작을 위한 마당을 제공한다.” 문화관광부는, 열린우리당의 이광철·정청래·윤원호 의원들이 비민주적 절차와 졸속으로 공동제출한 전문개정안의 4월 국회 발의를 반대하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위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진지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지어다. 벼룩 잡으려고 문화 산란지를 불태우지 마시라!
고길섶/ <문화과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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