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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눈높이 / 우재욱

등록 2007-09-10 17:54수정 2007-09-10 17:58

말살이
‘귀’보다는 ‘눈’에 무게를 둔 말이 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무엇을 정확히 알고자 확인할 때 ‘눈으로 확인한다’는 말을 쓴다. 남의 말만 듣고서는 무언가 미심쩍을 때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고 한다. 눈은 이렇게 매우 신뢰도가 높은 신체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해서 해맑은 눈동자를 미인의 필수 요소로 치고 있다. 대화 도중에 눈길을 피하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눈은 사람의 수준을 가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KBS 드라마 눈높이를 낮춰라’,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눈높이 낮추고 적극적인 자기 PR’ 역시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눈높이’라는 말이 ‘수준’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눈이 높다’는 말은 수준이나 관심의 대상이 높다는 뜻이다. 제 수준에 맞지 않게 거만하다는 뜻으로도 쓰이지만, 여기서도 수준이라는 뜻은 살아 있다. 이런 뜻의 ‘눈’을 한자말로 옮기면 ‘안목’(眼目)이다. 눈 두 개가 겹쳐 있다.

사전들은 ‘눈이 높다’를 대부분 관용구로 설명하고 있지만, ‘눈높다’를 독립된 형용사로 올려놓은 사전도 있다. 그러나 ‘눈높이’를 독립된 명사로 인정하는 사전은 하나밖에 찾아보지 못했다. 이 말을 처음 쓴 것은 ‘눈높이 수학’이라는 학습 교재로 생각되는데, 이제 차츰 일반화되고 있다. ‘수준’이나 ‘안목’ 대신에 ‘눈높이’를 써도 좋을 성싶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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