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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박세일·성경륭의 치열한 논쟁을 / 김상종

등록 2007-09-10 17:56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매우 분개한 모양이다. 한 인터넷 매체에 실린 기사를 읽고 알았다. 어느 보수신문에 박세일 서울대 교수 겸 한반도 선진화 재단 이사장이 쓴 글에 대한 반응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글을 찾아서 읽어 보았다. 박 교수는 ‘균형 발전’을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헛된 생각으로 규정하고 이 잘못된 구호로 우리는 퇴보의 길을 걸어 왔다고 평가하였다.

박 교수는 지방이 낙후된 가장 큰 이유를 예산과 인·허가권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광역지역마다 초일류 교육기관의 설립과 수도권 규제 해지를 처방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진단과 처방에 대한 성 위원장의 의견이 어떤지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 이외에는 인터뷰 기사에 자세히 소개되지 않아 궁금하다.

지난 5년간의 노력이 모두 부정당하고 우리 사회를 퇴보시켰다는 매도에 분노하겠지만 이러한 감정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정리하고 끝내지 않기를 바란다. 인구의 48.7%가 몰려 있는 수도권 과밀화와 그 후유증, 예금의 67.8%, 법인세수의 79%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경제적 편중 현상은 엄연히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이므로 어떻게든 해결하자고는 하나 그 방법론이 다른 것이다.

박 교수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돈과 권력을 지방정부에 나누어 주자고 하는지, 광역지역마다 어떻게 초일류 교육기관을 세우자고 하는지, 수도권 규제를 확 풀어서 어떻게 지방을 발전시키며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후유증은 해결하려는지 그 구체적인 방안들을 궁금해 할 것이다. 또한 성 위원장은 이 주장에 대해 무엇을 반박하려 했으며 지금의 정책으로 과연 무슨 효과가 있겠다는 건지 궁금해 할 것이다.

박 교수는 과거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비서관과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역임하였으며, 성 위원장은 교수 출신으로 현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장관급 자문위원장을 맡아 두 사람 모두 학자로서 정치 현실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경험하였다. 따라서 두 사람은 매우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내공을 갖춘 선택된 분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진지한 논쟁은 우리의 정책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성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박 교수 글과 같은 황당한 주장이 나올 수 없게 올해 대선에서 정말 치열한 논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공개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앞서도 이 칼럼을 통해서 정치에 참여하려는 전문가들에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방안의 제시를 촉구한 바 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많은 학자들이 대선 주자들 주변에 몰려 있다. 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어설픈 그리고 제목만 있는 정책제안이 아닌 실현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이다. 어설픈 정책제안이 결국 정권마다 관료들에게 실질 권력을 넘겨주는 빌미가 되어 왔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

사전에 허접한 것을 걸러내는 좋은 장치는 치열한 공개적 논쟁일 것이다. 성 위원장도 인정했듯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여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어 버린 정책실패의 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대선 과정에서의 치밀한 정책 논쟁이 필수적이다. 경부운하 토론에 나온 학자들처럼 지적받은 문제점에 대하여 대안 제시는 못하면서 앞으로 그런 문제도 다 고려하여 잘해보겠다는 식의 정치적인 답변이 아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그리고 구체적인 정책대안에 대한 논의를 성경륭, 박세일 같은 정치·정책 경험이 있는 학자들이 과거의 실패사례를 거울삼아 이끌어 내기 바란다.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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