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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찰나 / 우재욱

등록 2007-09-17 17:47

말살이
급작스레 벌어진 일을 설명할 때 흔히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순식’은 아주 작은 수다. 그냥 막연히 작은 수가 아니라 10의 17제곱 분의 1이다. 얼마나 작은 수인지 잘 짐작이 되지 않는다.

“찰나의 가을, 올 유난히 짧아 겨울 일찍 온다”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짧은 가을에다 ‘찰나’라는 말을 썼다. ‘찰나’는 ‘순식’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수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소수점 이하의 단위는 분(分)·이(厘)·모(毛)·사(絲) 정도다. 야구 선수들의 타율을 계산할 때도 이(厘)까지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 쓰이건 않건 10의 21제곱분의 1까지 단위가 매겨져 있다. 그 단위들을 차례대로 훑어보자. 분·이·모, 사 다음에 홀(忽)·미(微)·섬(纖)·사(沙)·진(塵)·애(埃)·묘(渺)·막(漠)·모호(模糊)·준순(逡巡)·수유(須臾)·순식(瞬息)·탄지(彈指)·찰나(刹那)·육덕(六德)·허공(虛空)·청정(淸淨) 순이다. 마지막 ‘청정’은 아라비아숫자로 쓰면 소수점 밑에 ‘0’이 무려 스물이나 붙고 ‘1’이 나오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작은 숫자다.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때는 약간 막연히 ‘눈 깜짝 할 사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수유’는 문학 작품 같은 데서 어렵잖게 만날 수 있고, ‘순식’은 ‘순식간’ 또는 ‘순간’으로 널리 쓰인다. ‘탄지’는 잘 쓰이지 않지만, ‘찰나’는 범어(Ksana)에서 온 말로서 ‘순식간’과 함께 ‘아주 짧은 시간’이라는 뜻으로 흔히 쓰인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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