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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한나라 대북정책 당론 택하라 / 주종환

등록 2007-09-18 18:36

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민족화합운동연합 이사장
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민족화합운동연합 이사장
기고
남한의 수구세력과 수구언론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면, 북의 핵을 인정하는 꼴이니 만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수구세력들과 수구언론들이 언제나 소중히 여겨 온 동맹국인 미국 대통령은 이런 옹졸한 생각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오히려 격려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북한과 평화조약을 맺고 평화체제도 논의하고 싶다는 중대한 메시지를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전해줄 것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북핵 완전 포기 이전에 김정일 위원장을 한국의 정상이 만나면 안 된다고 완강하게 주장해 온 수구세력들에게 이런 사태 진전은 그들 주장의 근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날벼락과도 같은 것이다. 이런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질 것을 내다보지 못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반대하면서 오로지 반대만을 위한 반대에 매달려 온 수구세력과 수구언론들을 보노라면, 이런 부류의 세력들이 이땅을 주름잡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못내 한탄스럽다.

그들의 속셈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정권탈환 전략에 불리하다는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이는 겨레의 이익보다 사사로운 정권욕을 우선하는 처사로서 규탄받아 마땅하다. 수구세력과 수구언론들은 입만 열면 민족애를 앞세워 왔다지만, 그들의 남북 정상회담 반대가 그런 정략적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들은 이미 민족을 입에 올릴 자격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하필이면 민족의 자주독립을 기원해야 할 지난 3·1절에 태극기와 나란히 미국 성조기를 나부끼면서 서울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감행한 전력이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 민족혼을 상실한 수구세력들이 한국의 정치판과 여론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들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평화조약 체결 의지를 확실하게 북쪽에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시 대통령도 요구했으니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핵 포기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받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한반도 운명에 관련된 문제를 강대국들이 요리하도록 놓아둬서는 안 된다. 핵문제 해결이 중요할수록 남북 정상이 6자 회담 성공을 위해 직접 이마를 맞대고 주도적으로 해결할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이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수구세력들도 잘 알고 있다. 북핵문제는 앞으로 진행되는 6자 회담에서 가닥을 잡아야 할 문제다. 그런데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문제에서 북쪽의 확실한 약속을 받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은, 회담 결과를 흠집내려는 사전 포석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이들 수구세력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획기적인 진전이 있든, 북핵 포기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받아오지 못했으니 회담이 실패했다고 주장할 근거를 회담이 열리기 훨씬 전에 이미 준비해 놓고 있는 셈이다.

우리 민족은 하나같이 오래 지속된 남북대결의 시대를 마감하고 남북 화해와 협력으로 동북아에 우뚝 선 번영된 평화복지 국가 건설을 갈망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획기적 대북지원안을 내놓은 것도 대다수 국민의 염원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나라당의 정식 당론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한나라당과 그 대선후보는 당론도 아닌 정형근 의원의 안을 마치 당론인 것 같이 말하면서 국민을 극도의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것은 공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하루속히 대북정책을 당론으로 결정하여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민족화합운동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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