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구/경제부문 선임기자
한겨레프리즘
‘문국현 바람’은 선선한 가을 바람처럼 신선하다. 그는 기성 정치인들과 다른 언어로, 전혀 다른 판을 얘기한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사람이 보이고, 희망 찬 미래가 다가오는 듯하다. 참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하지만 그가 대선 예비후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가 사회운동가로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정치를 하겠다고, 그것도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다면 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국가 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새로운 가치관과 미래의 꿈을 국민에게 선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사람 중심 진짜 경제’를 내세운다. 경쟁력과 효율성을 최고 미덕으로 삼는 경제 현실에서 사람을 중심에 놓자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임은 분명하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없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그래서 문국현의 출발에 적잖은 관심과 기대가 쏠렸다.
문제는 ‘사람 중심’ 명제가 정책이나 현실이 아닌 의식의 영역에 속한 것이라는 점이다. 대중들이 사람 중심의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사람 가치를 존중하는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끊임없는 의식개혁 운동이 뒤따라야 한다. 설사 다수가 이런 의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하루하루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 속에서 부대끼고 있는 현실과 이런 의식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 후보가 사장으로 있었던 유한킴벌리를 보면, 그런 의식과 현실이 조화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유한킴벌리는 4조2교대, 평생학습 등을 통해 사람을 중심에 두면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뉴패러다임센터의 컨설팅을 받아 국내 180개 기업들이 유한킴벌리와 같은 평생학습 체제를 도입했다. 성과도 좋은 편이다.
문 후보의 뉴패러다임이 새로운 기업경영 모델로는 성공했지만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적용이 가능한지는 검증이 더 필요하다. 국내 중소기업 수는 제조업체만 30여만개에 이른다.
역대 정부마다 중소기업 육성을 외쳤다.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인 상황에서는 당연하다. 문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 중소기업 생산성 제고 등을 통해 5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좀 다른 점이라면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하는 정도다. 글로벌 중소기업을 키워 국외로 내보내자고 말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하청기업으로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는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글로벌 중소기업은 아직 요원하다.
그는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을 넘어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말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복원을 주장한다. 성장지상주의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인간성이 실종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국민들에게 진정한 비전과 희망을 주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당장 먹고사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의 비전은 아직 꿈같은 얘기로 들린다.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경제 현실에서 그만큼 떨어져 있는 셈이다.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앞으로 대선까지 꼭 세 달 남았다. 그 때까지 이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그의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고, 꿈으로 그칠 수도 있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정석구/경제부문 선임기자 twin86@hani.co.kr
하지만 경제는 당장 먹고사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의 비전은 아직 꿈같은 얘기로 들린다.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경제 현실에서 그만큼 떨어져 있는 셈이다.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앞으로 대선까지 꼭 세 달 남았다. 그 때까지 이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그의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고, 꿈으로 그칠 수도 있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정석구/경제부문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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