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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코코로지(CocoRosie)의 유령 / 황병승

등록 2007-09-18 18:44

시인의마을
지금은 거울 속의 수염을 들여다보며 비밀을 가질 시기

지붕 위의 새끼 고양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슬픔을 가지고 있다

희고 작고 깨끗한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겨울

얼어붙은 호수의 빙판 위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나는 어른으로서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 어른으로서

봄이 되면 지붕 위가 조금 시끄러워질 것이고

죽은 물고기들을 닮은 예쁜 꽃들을 볼 수가 있어

봄이 되면 또 나는 비밀을 가진 세상의 여느 아이들처럼

소리치며 공원을 숲길을 달릴 수 있겠지

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겨울

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부끄러움을 가질 시기

-시집 <트랙과 들판의 별>(문학과지성사)에서

황 병 승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3년 <파라21>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에 <여장남자 시코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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