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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4 18:15 수정 : 2005.04.04 18:15

휴대폰을 하루 두고 나왔었다. 내가 휴대폰을 깜박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엄청난 허전함과 불편함에 시달렸다. 고 작은 기계의 무게가 실로 엄청났던 듯 어느 한 구석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당장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가는 동안 할 일이 없었다. 전철을 타자마자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아침 일과였던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느낌이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도 거리엔 공중전화도 없다. 그러나 있다 해도 달라 질건 없었다. 친구의 전화번호를 못 외우기 때문이다. 기억나는 것은 오직 7번, 휴대폰 단축키 번호였다. 집으로 오는 길, 버스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았다. 손에 쥐고 집중할 것이 없으니 자연히 시선이 사방을 돌아다니게 되더라. 버스 안은 통화하는 사람들,피디에이로 무언가를 열심히 노트하는 사람, 온라인 고스톱을 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저마다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을 보느라 분주해 앞사람 얼굴 한번 바라보는 일이 없어 보였다. 창 밖으로 보이는 한강으로 노을이 가득 스며드는데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곧 가지고 다니는 티브인 디엠비가 상용화 된다고 한다. 다른 모바일 콘텐츠에 비해 대폭 저렴한 디엠비의 등장이 그닥 반갑지가 않다. 사람들의 관심을 온통 그들의 손 안에 감금시킬 거란 생각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철저히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기계를 벗을 삼아 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술의 발명이 인간의 삶을 한층 편리하게 하겠지만 그 편리함에 비례하여 몸집을 키워갈 외로움과 개인주의가 씁쓸하기만 하다.

김희진/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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