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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살이] 무량대수 / 우재욱

등록 2007-09-21 17:57

말살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글자 한글을 가지고 편리한 문자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 고유의 숫자를 만들지는 못했다. 세계를 석권한 숫자는 단연 아라비아숫자다. 우리도 아라비아숫자를 쓴다. 그걸 읽을 때는 주로 한자음으로 읽는다. ‘90개’라고 써놓고 ‘아흔 개’라고 읽기도 하지만, 이런 독법은 ‘구십 개’에 밀리고 있다. 온(백), 즈믄(천), 골(만), 잘(억) 등의 순우리말 수 단위도 있지만, 차츰 옛말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큰 숫자는 기껏 ‘조’ 단위다. 물론 천문학 같은 데서는 엄청난 단위의 숫자를 쓰겠지만, 일상에서 들어본 바로는 나라 예산이나 부채 규모를 두고 들먹이는 100조, 400조 정도가 큰 숫자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조’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숫자 단위 중에서 초보에도 못미친다. ‘억’의 1만 갑절에 지나지 않는다. 그 다음 계속해서 1만 갑절로 경(京), 해(垓), 자(?), 양(穰), 구(溝), 간(澗), 정(正), 재(載), 극(極)까지 이어진다. ‘경’은 들어보기는 했지만, 그 위의 단위는 거의 들어본 적조차 없는 이들이 많다.

그 다음부터는 1억 갑절로 늘어나면서 인도 쪽 말로 나아간다. ‘극’의 1억 갑절인 항하사(恒河沙)로부터 계속 1억 갑절로 아승기(阿僧祇), 나유타(那由他), 불가사의(不可思議), 무량대수(無量大數)까지 이어진다. 무량대수를 아라비아숫자로 쓰자면 1 다음에 ‘0’을 88개나 붙여야 한다니 얼마나 큰 숫자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수도 끝이 없지만 인간의 상상도 끝이 없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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