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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평화·번영’만큼 중요한 ‘통일’ / 김지석

등록 2007-09-27 18:12수정 2007-09-27 19:05

김지석/논설위원
김지석/논설위원
아침햇발
며칠 앞으로 다가운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의제에 대한 사전협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남북합의서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이 공개된 의제의 사실상 전부다. 2000년 정상회담 때도 비슷했다. 당시 의제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이었다. 의제 협의를 진전시키려고 차관급 준비접촉 외에 국정원장이 두 차례 방북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수뇌(김정일 국방위원장)가 할 말을 어떻게 사전에 조율하느냐’라는 게 북쪽 태도였다고 한다. 남쪽으로선 불만스럽지만 이점도 있다. 예상 의제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다양한 의제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번영 의제’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합의가 예상된다. 북한은 이미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기대하며 외부 자본 유치에 나서고 있다. 최근 남쪽 사람과 접촉한 북쪽 당·정 관리들 역시 경협 강화에 큰 기대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로 미루어 북쪽이 먼저 파격적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해주·남포·원산 등에 제2, 3의 개성공단을 만들자고 하거나, 적어도 북쪽 사회기반시설 투자와 관련한 실질적 협의가 이뤄질 것이다.

‘평화 의제’에서도 성과가 있을 전망이다. 지금 절실한 것은 92년 남북기본합의서 등이 규정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한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 문제 협의·추진이다. 대규모 부대 이동과 군사 연습의 통보·통제,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군 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의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를 위해선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나 그에 상응하는 협의기구의 설치가 필수적이다. 북쪽이 군사 문제 논의에 소극적일 거라고 예단할 이유는 없다. 아울러 곧 시작될 관련국 사이 평화협정 협상 시작을 앞두고 남북이 먼저 틀을 짤 필요가 있다. 평화선언 채택 또는 평화체제 협상 선언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상대적으로 가장 불확실한 의제가 통일이다. 기본합의서와 2000년 6·15 공동선언은 지난 20여년 사이 남북이 채택한 가장 중요한 문서다. 남북은 기본합의서 채택을 위해 긴 협상을 벌이면서 통일방안을 둘러싼 이견으로 장기 교착상태를 겪었다. 2000년 정상회담에서도 통일관만 갖고 회담시간 절반을 썼다. 그 결과 나온 것이 6·15 공동선언 2항의 “남쪽의 연합제 안과 북쪽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표현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를 발전시켜 남북연합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교류협력-남북연합-완전통일 등 세 단계로 나눈 남쪽 통일방안의 두번째 단계다.

남북연합 단계에 진입하려면 제도적 틀이 다층적으로 짜여야 한다. 먼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남북 정상회담을 필두로 남북 각료회의와 분야별 공동위원회가 설치돼 회담이 정례화해야 한다. 양쪽 의원들로 이뤄지는 남북평의회도 중요하다. 개성공단에 상설 경제협력협의사무소가 있듯이, 남북 문제를 논의할 상설기구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 남북은 이들 회의체를 통해 그간 남북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돼 온 문제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보안법 및 북한 노동당 규약 개정, 이산가족 상봉 확대 및 재결합,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등이 그것이다.

세 의제에서 골고루 접점을 찾는다면 이번 회담은 앞으로 10년의 남북 관계를 틀짓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역사적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 법이다.

김지석/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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