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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버마’ 민주화를 지지하자 / 조효제

등록 2007-09-27 18:27수정 2007-09-27 18:54

조효제/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조효제/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세상읽기
버마의 상황이 심각하다. 이 글을 쓰고 있던 중 시위대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외신이 들어왔다. 1950년대 개도국 발전론 교과서에서는 아시아권에서 미래에 주목할 만한 나라로 버마를 꼽곤 했다. 자원이 풍부하고 국민성이 근면성실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늘날 버마는 소득수준이 세계 150위권에 놓여 있을 만큼 낙후되어 있다. 나쁜 정치가 한 나라를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고전적인 사례다. 하지만 아무리 혹독한 폭정도 자유와 정의의 열망을 꺾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의미심장한 것이다. 버마는 정상국가로 향한 첫발을 떼느냐, 1988년의 대유혈사태를 되풀이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버마는 특별한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버마 국내의 언로는 철저히 막혀 있다. 집권세력의 영어신문 <미얀마의 새빛>은 어용 불교단체 명의로 시위 승려를 엄단하겠다는 포고령을 1면에 싣고 있으며, 관영 <미얀마 타임스>에서 시위 소식이라곤 단 한 자도 찾아볼 수 없다. 버마가 한국의 건설교통부와 항공자유화협정을 체결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주요 뉴스로 올라와 있을 뿐이다. 여기서 버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렛대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중단기적으로 통상, 합작사업, 직항로, 관광 등 군부당국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예컨대 관광만 하더라도 도로, 공항, 호텔, 리조트 건설에 강제노동이 투입되고 있으며 관광소득 대부분이 집권세력의 축재 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 국회와 시민사회는 이런 일을 방조하는 정부와 업계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분쟁조정 단체인 국제위기관리그룹이 제안하듯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와 역할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도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 버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는 중국, 인도, 아세안 국가들 정도인데 그나마 이들에게 버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기구는 유엔뿐이다. 특히 반기문 사무총장은 1960년대에 버마 출신으로서 아시아인으로 최초의 유엔 수장을 역임했던 우 탄트의 지역적 후배라 할 수 있다. 우 탄트 전 총장이 남아프리카의 인종분리 정책을 열렬히 반대했던 것처럼 반 총장도 버마의 군부독재에 맞서는 국제적 움직임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 문화예술계, 학계도 가능한 모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 순간 버마 민중에게는 국외의 지지성명서 한 장도 큰 힘이 된다. 권위주의 정권에 투쟁하는 과정에서 국내·국외운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연구한 바에 따르면, 지금 버마는 가장 엄혹한 제1단계, 즉 무차별 탄압 단계에 있다. 국내운동이 국외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다. 이때 국외운동이 할 수 있는 것은 버마 국내의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여 세계 여론을 동원하고 작은 압력수단이라도 동시다발적으로 구사하는 일이다. 한국에 기반을 둔 버마 민주진영을 중장기적으로 돕는 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 엔지오활동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예를 들어보자. 나는 버마 학생이 이 과정을 통해 자기네 시민사회의 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언론계와 일반국민도 할 일이 있다. 우리 대선 후보들에게 버마의 정치발전을 지지하고, 잘못된 투자관행에 제동을 걸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라. 민주주의와 기업 활동에 관한 기본관점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됨됨이를 갖춘 인물인지 평가할 수 있는 상징적인 질문이 될 것이다.

조효제/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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