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름
조선이 세워지고 왕자의 난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즈음, 아기막동(兒莫同)이 큰 햇바퀴(日輪) 가운데 앉아 있는 꿈을 정안공의 부인이 꾸었다. 무녀 가야지에게 꿈풀이를 청하니 정안공이 왕이 되어 아이를 사뭇 안아줄 징조라 하였다. 정안공은 바로 태종 이방원이요, 아기막동은 세종대왕이었다. 세종대왕의 이름, 도(祹)가 있음에도 막동이라 불렸음을 엿볼 수 있는데, 전래 사람이름이 아래 계층에서만 쓰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름은 밑말·이름접미사·호칭접미사로 이루어진다. 막동의 ‘동’은 이름접미사이며, 닿소리로 끝나는 이름에는 호칭접미사 ‘-이’가 저절로 붙어 ‘막동이’라고 부른다. 이름접미사 ‘-동’은 남녀 이름에 두루 쓰였으며, 여자이름에도 동이·개동·갯동·부동·분동·아기동·어루동·쟈근동·‘텰’동·평동 따위가 있다.
‘-동’은 사뭇 同/仝(같을 동)으로 쓰나 이따금 童(아이 동)으로 쓰는 것을 보면 ‘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윷놀이 판에서도 ‘막동’이 쓰인다. 두 동무니 업혀 나고, 석 동 나고, 막동 났다고 한다. 셈말이 어우러진 이름에 그믐동·끝동·늦동·무적동·뭇동·뿐동·삼동·사동·쉰동·칠동·팔동 따위가 있다. 늦동이와 쉰동이는 아이를 낳을 당시 부모의 나이와 잇닿는다.
금동이·달동이·쇳동이·옥동이는 금덩이·달덩이·쇳덩이·옥덩이라는 말과 멀지 않다. 이로 보면 이름접미사 ‘-동’(동이)은 아이·차례·덩이라는 뜻이 뒤섞인 것으로 보인다. 선화공주와 혼인한 서동을 막동으로 보기도 한다. 요즘 ‘막둥이’는 막내를 일컫는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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