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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나들이 / 최인호

등록 2007-10-04 17:45

언어예절
말과 글이 같이 가는 요즘 들어서는 말인사와 글인사의 차이가 별로 없다. 사람과 경우에 따라 갖가지 인사말을 가려 쓸 수는 있겠지만, 전날처럼 “기체후 일향 만강하옵신지요? 별래무양하신지요? 옥체 만안하시온지요? …”(氣體候 一向 萬康-, 別來無恙-, 玉體 萬安-) 식으로 편지를 써야 격식을 갖춘 것으로 여기는 이는 거의 없다. 굳이 격식을 따진다면, “안녕하십니까?” 정도로 갖추어 하는 말과 “안녕하세요! 안녕! …” 식으로 줄여서 말하거나 건성으로 하는 인사 차이 정도다.

며칠 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국민에게 한 인사말이 “잘 다녀오겠습니다”였다. 이 말은 집이나 동네를 나설 때 어른들한테 해도 두루 통할 정다운 인사말이다. 인민이 하늘이라지만 듣는이를 높여서 하는 대통령의 이 소박한 인사를 외면하는 이가 있었을까? 남북 정상이 만나 손을 맞잡고 주고받던 말 “반갑습니다!” 역시 보통 사람의 인사말과 다를 게 없다. 그들이 초면이 아니었으면 “반갑습니다!” 다음에 “오랜만입니다” 또는 “오랜만에 뵙습니다”란 말이 덧붙었을 터이다.

지구 반대쪽도 며칠이면 다녀올 수 있고, 전화나 인터넷이면 어디서나 초를 다퉈 말글이 오가니,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울고 불며 하직인사가 길어질 일이 없어졌고, 그리움·걱정 같은 마음도 말도 거추장스러워졌다. “하루 더 묵었다 가시지요”나 “며칠 더 노시다 가시지요”도 헤어지기 전에 하던 통상적인 인사말이지만, 요즘은 좀체 듣기 어려운 곡진한 인사가 된 성싶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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