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논설위원
유레카
“남성이 여성보다 더 행복하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상하다. 예전에는 꼭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자인 앨런 크루저는 미국인의 일상활동을 73 항목으로 나눠 1965년 이후 지난해까지 항목별 만족도를 추적했다. 그 결과 1965년에 여성들은 일주일에 23시간 가량 ‘불유쾌한 활동’을 해 남성보다 40분 많았으나, 지금은 격차가 90분으로 커졌다. 남성의 불유쾌한 활동은 조금 줄어들었는데, 여성은 늘어난 탓이다. 최근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팀이 낸 ‘줄어드는 여성 행복의 역설’이라는 보고서 내용도 비슷하다. 자신의 생활에 만족해하는 고3 남학생의 비율은 1970년대나 지금이나 22% 정도였으나 여학생은 25%에서 16%로 줄었다. ‘행복 남녀’ 비율은 1990년을 전후해 역전된 뒤 갈수록 더 벌어지는 추세다.
여성들 생활은 갈수록 나아지는데 왜 그럴까?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된다. 우선 여성이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미국 여성의 하루 중 노동시간 비율은 1965년 14.32%에서 지난해 19.13%로 높아진 반면, 남성은 34.98%에서 27.41%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그만큼 준 건 아니다. ‘은폐된 노동’도 있다. 예를 들어 ‘부모와 보내는 시간’에 대해 남성은 그 중 7%를 불유쾌하다고 꼽은 반면, 여성은 27%나 됐다. 주로 부모와 식사하고 대화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부모를 돌보는 경우가 많은 것이 주된 이유다.
여성의 욕구 수준도 높아졌다. 많은 여성이 이제 남성과 비슷한 수준의 사회생활을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 거기에다 자식 잘 키우고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가정을 잘 꾸리려는 ‘전통적 욕구’ 또한 여전하니, 행복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남녀의 ‘행복 격차’는 어떨까.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