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걱정이 걱정이다 어머니는 자나 깨나 서울 걱정 나는 어머니의 걱정이 걱정이지 아침부터 건 전화 저편에서 어머니 마실견문록이 펼쳐진다 올봄에 데릴사위로 장가간 7촌이, 변호사 개업한 6촌이, 일가의 안녕과 불안이, 서른을 넘긴 아들이, 일흔을 바라보는 아버지가 걱정이다 걱정거리를 장바구니 옆에 끼고 다니시는 어머니가 걱정이다 걱정 때문에 바퀴가 구르고 걱정 때문에 풍차는 돌겠지만, 바람이 저 구름 너머에서 불어와 자꾸만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손이 바빠지는 거겠지만, 며칠째 찾아온 불면의 밤이 걱정이다 혀끝이 까끌까끌하다 머리가 멍청하다 어머니의 말씀이 풍차를 돌리고 바퀴를 구르게 하고 걱정이 다 그런 거겠지만, 폐타이어처럼 갈잎처럼 혀끝이 갈라진 당신 자꾸 발음이 샌다 걱정이다
-시집 <아이스크림과 늑대>(랜덤하우스)에서
이 현 승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200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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