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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소문 / 여현호

등록 2007-10-10 18:09

여현호 논설위원
여현호 논설위원
유레카
제1차 세계대전 때의 일이다. 독일 쾰른의 <쾰르니셰 차이퉁>은 독일군의 안트베르펜 점령을 전하는 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 “안트베르펜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종이 울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독일에서 종이 울렸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달리 이해한 사람들이 있었다. 프랑스 신문 <르 마탱>은 “쾰른 신문이 보도한 대로 안트베르펜의 성직자들은 함락을 받아들이는 종을 울려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영국의 <타임스>는 <르 마탱>을 인용해 “안트베르펜 함락 때 종을 울리기를 거부했던 벨기에 신부들이 면직됐다”고 실었다. 그 뒤 이탈리아의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타임스>를 따서 “안트베르펜 항복 때 종을 울리기를 거부했던 신부들이 강제노동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를 다시 <르 마탱>이 이어받았다. “쾰른과 런던을 거쳐 소식을 접한 <코리에레 델라 세라> 보도에 따르면, 불행한 신부들은 종을 울리는 것을 거부한 대가로 처형을 받았음이 확실하다. 그들은 신부들의 머리를 종 아래에 매달았다.”

프랑스 고등상업학교(HEC)의 마케팅 교수인 장노엘 카페레(Jean-Noel Kapferer)는 책 <루머(소문)>에서 이를 ‘소문의 드라마투르기’라고 설명했다. 모호한 이야기가 있을 때 그것이 끊임없이 변화해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신정아·변양균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애초 학력위조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불거졌다가, ‘부적절한 관계’ 스캔들로, 이어 불교계 지원과 기업 후원금 논란으로 번졌다. 이제는 전직 대통령 비자금 의혹까지 나온다.

정보가 부족하면 추측이 생긴다. 그런 추측이 집단적으로 공유되면 소문이 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나 언론 보도에 근거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소문을 만들거나 따라가는 수준에서 과연 얼마나 멀리 있을까.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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