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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예식장 / 최인호

등록 2007-10-11 17:51

언어예절
전날엔 신부집 안마당에 초례상을 차렸지만 요즘은 신랑·신부 집안 두루 예식장에 모인다. 혼례도 잔치도 뭉뚱그려 식장에서 끝내고 신혼여행을 간다. 시집 장가는 제쳐두고 ‘결혼’만 있다.

아들딸이 귀해진 요즘은 썩 달라졌지만, “딸 치우고 며느리 본다”고 할 만큼, 며느리 보는 쪽을 더 경사로 쳤다. ‘인적 자원’ 의식의 옛모습이다. 인사도 그냥 “경하합니다, 기쁘시겠습니다, 축하합니다 …”면 통한다.

딸 치우는 쪽은 좀 달랐다. “여자유행 가소롭다 부러워라 부러워라 남자일신 부러워라 젊고늙고 일평생이 부모슬하 뫼셔있네 우리도 남자되면 남과 같이 하올것을 ….”(내방가사 ‘사친가’에서)

예전 제도·풍습에서 응당 나올 법한 한탄이다. 요즘도 예식장에서 딸(신부) 어버이에게는 손님들이 함부로 축하하지 않고, 혼주들도 마음 사리는 이들이 있다. 겉으로는 ‘치운다’지만 마음은 ‘여읜다’에 가까운 탓이다. 이때 ‘여의다’는 임시이별이지만 전날엔 영이별에 못잖았다. 그래서 하는 인사말이 “섭섭하겠네, 서운하시겠소! …”였다. 사위가 잘났음을 칭찬하는 인사 정도는 그럴싸하다.

장례식장에 가면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두 번 절한다. 가족을 여읜 이의 슬픔은 헤아릴 수 없으므로 위로할 말을 찾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무어라 위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애통하시겠습니까” 정도로 간단히 말한다. 상주는 울음(곡)으로 답할 뿐이었지만, 이젠 곡은 사라지고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식으로 답례하기도 한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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