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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민중무역협정 / 함석진

등록 2007-10-11 18:50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유레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될 무렵인 지난해 4월 쿠바 아바나에 남미 3개국 정상이 모였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다.

이들은 ‘민중무역협정’(People’s Trade Treaty)이라는 이름의 14개 조항 무역협정서에 서명했다. 그 이름대로 협정은 무역의 혜택이 민중에게 돌아가야 할 몫임을 분명히 했다. ‘민중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문맹률을 낮추자’(4조)거나, ‘각 나라, 각 지역 민중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 …’(10조) 등의 조항은, 국가간 무역협정도 그 정신의 뿌리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그 구절들엔, 관세를 낮추고 장벽을 없애 결국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의 약탈적 초과이윤만을 보장했던 미국식 자유무역협정이 남미 민중들의 삶을 얼마나 고단하고 피폐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경험이 녹아 있다. 협정은, 국가간 무역행위가 서로의 장점을 나누고, 빈 것을 채워주는 ‘공동체적 방식’일 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을 자극한다.

무역협정에 따라 볼리비아는 풍부한 광물자원을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싼 값에 공급하고, 두 나라는 미국 거대 곡물업체의 무차별 공격으로 수출이 급감한 볼리비아의 콩을 수입하고 있다. 또 의료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인 쿠바는 볼리비아 장학생 5천명에게 의료교육을 하고 있다.

세계화에 앞장서온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빈부격차 확대를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처음 언급했다. 그 정도가 강고한 신자유주의의 균열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희망을 키워볼 수는 없을까? 얼마 전 사망 40주기를 맞았던 남미 혁명가 체 게바라의 목소리가 새롭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키우자!” 그가 불가능한 것들로 상상한 많은 것들이 남미에서 실험되고 있다.

함석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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