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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여행자 / 최금진

등록 2007-10-16 17:55

시인의마을
그의 구두 뒤축에는 지구의 자전이 매달려 있다

호수에 날은 저물고 웅웅 편서풍이 분다

멀리서 지평선이 언덕을 내려놓고 달을 들어올린다

여행용 컨테이너처럼 그의 몸은 조립식

그는 몸을 펼쳐 텐트를 친다

발목사슬에 달고 질질 끌고 온 세월은

문 밖 기둥에 백기처럼 걸어놓는다

여기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조개를 건져먹고


어느날은 패총처럼 굳어

자신의 묘비가 될 것이다, 그는 그렇게 편지를 쓴다

하이에나처럼 낄낄거리는 꽃들

그 먹이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에 몸을 눕힌다

무너져오는 어둠의 네 귀퉁이를 손발로 들어올리고

안녕,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는 몸을 끄듯 눈을 감는다

-시집 <새들의 역사>(창비)에서

최 금 진

1970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고 춘천교대를 졸업했다.

2001년 제1회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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