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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땅이름] 위례성과 아리수 / 허재영

등록 2007-10-17 19:07

땅이름
백제시대 서울은 ‘위례성’이라 불렸다. <삼국사기> 백제 본기에서는 온조 임금이 하남 위례성에 도읍을 정했다는 기록이 나오며, ‘위례’는 때로 ‘욱리’(郁里), ‘아리’(阿利)로 불렸다. 이로부터 한강이 ‘욱리’ 또는 ‘아리’로 불리기도 하였다.

양주동은 <고가연구>에서 ‘아리’, ‘욱리’를 ‘하늘’의 고어인 ‘한 ㅂ·ㄹ’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우리말에서 ‘ㅂ’은 입술가벼운소리[ㅸ]를 거쳐 탈락하는 경우가 많으니 ‘한ㅂ·ㄹ’이 ‘한ㅇ·ㄹ’ 곧 ‘하늘’로 변화하는 과정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늘’의 ‘한’은 ‘큰 것’을 뜻하는 말로 한강의 ‘한’도 그 뜻이 같다.

‘아리’가 ‘ㅂ·ㄹ’에서 비롯된 말이었을 가능성은 고구려의 수도인 국내성의 다른 이름에서도 확인된다.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국내성의 다른 이름으로 ‘위나암성’ 또는 ‘불이성’이 있었음을 기록하고 있는데, ‘불이’는 ‘ㅂ·ㄹ’을 소리대로 표기한 것이며, ‘위나암’은 ‘위례’와 같은 꼴의 말이다. ‘ㅂ·ㄹ’은 ‘ㅇ·ㄹ’ 을 거쳐 ‘아리’, ‘위례’, ‘어리’, ‘오리’ 등의 다양한 땅이름으로 남는다. 호태왕비의 ‘어리성, 오리성, 야리성’이나 황해 봉산의 ‘오리포’, 그리고 ‘압록강’ 등도 이 말과 관련이 있다. ‘어리성’이나 ‘오리포’, ‘압록강’ 등이 ‘아리’에 한자말 ‘성’, ‘포’, ‘강’ 등이 붙은 말임을 고려한다면, ‘아리수’는 ‘아리’에 물을 뜻하는 ‘수’가 붙은 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리수’가 서울의 수돗물 이름으로 되살아 난 것도 재미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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