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춘/전북대 법학과 교수
시론
교육인적자원부가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정원을 1500명으로 정하여 국회에 보고했다. 2013년까지 2000명으로 늘릴 것이라 한다. 현재의 사법시험이 2013년이나 2014년까지 실시되니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통하여 앞으로 매년 1500명 안팎의 변호사가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수를 가지고는 극소수의 대학에만 로스쿨이 설치될 것이고, 정원도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요행이 많이 작용하는 한 번의 시험에 의해서가 아니라 충실한 교육과정을 통하여 양질의 변호사를 다수 양성하자는 로스쿨의 본뜻에 맞지 않는다. 이런 로스쿨을 만들자고 참여정부의 주요 개혁입법이라 하는 사립학교법까지 양보하며 법률을 통과시켰는가 싶다.
교육부가 로스쿨의 입학 총정원을 제한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스쿨 졸업자만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므로 입학을 제한하는 것은 변호사라는 직업의 선택을 사실상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안마사를 맹인이 독점하는 것마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 하는 이 나라에서 법조인의 수를 이토록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인가? 얼마나 대단한 공익을 추구하자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법조인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기존의 법조집단의 이익을 수호하자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굳이 교육부가 입학정원을 통제하려면 그 근거는 국민의 사법서비스 수요와 로스쿨을 설치할 대학의 교육여건밖에는 없다. 대학이 일정 수준의 연구·교육능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만이 인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변호사 영업의 경쟁까지 걱정해줄 일이 아니다.
입학정원 제한에다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마저 통제할 경우 로스쿨에서의 교육은 충실하게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합격률이 낮을 경우 제아무리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강의를 충실하게 한다 해도 제일 중요한 것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이니 학생들은 시험과목 위주로 수강을 하고 학교 역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온힘을 다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제아무리 로스쿨 취지에 맞춰 교육을 한다 해도 시험 합격률이 낮으면 그 로스쿨은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고시촌이 대학으로 옮겨 온 것뿐인 결과가 될 수 있다. 로스쿨에서만 공부하는 것이 시험 합격에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할 경우 새로운 변호사시험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이런 식의 로스쿨 교육이라면 교수 30여명이 한 학년 학생 80~100명을 가르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다.
사법개혁의 제일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법조인구의 증가이다. 법률분쟁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법조인 1인당 인구 5천여명이라는 수치로는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받기 힘들다. 법무사·변리사 등 이른바 유사 법조직역을 포함시켜도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법률문제를 가지고 변호사와 상담을 해봤거나 소송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건 수임료가 서비스와 비교할 때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 법조인구의 증가 없이는 사법개혁은 없다. ‘현재도 변호사 수가 많아서 갈 곳이 없다 하는데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는 교육부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법조인의 생계가 중요한가, 국민의 삶이 중요한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 법조공화국이 아니다. 교육부가 국회에 보고한 것은 정원을 확정하기 전에 ‘미리’ 한 것이니 교육부는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의 취지에 맞춰 정원을 제대로 정하기 바란다.
송기춘/전북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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