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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혀끝에 맴도는 이름-­입술 6 / 권혁웅

등록 2007-10-21 17:56

시인의마을
그녀가 내 입 안에서 윤곽을 이루었습니다

긴 머리카락이 식도를 타고 흐르거나

실개천에 놓인 징검돌처럼

젖은 얼굴이 만져지기도 했습니다

내가 머뭇거리면

수위를 넘은 물방울들이 그녀를

퍽, 하고 흩뜨리곤 했습니다

그것은 수사(修辭)도 수격(手格)도 아니었으나


공들이지 않으면 하나의 표정도

지어낼 수 없었습니다

성과 이름 사이 가로놓인

긴 가계를 건너갈 수 없었습니다

단 한 번 돌아보는 게

어떤 이에겐 평생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지나간 후에야 다 이루는 일이었습니다

-시집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민음사)에서

권 혁 웅

1967년 충주에서 태어났다.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평론)와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시)으로 등단했다.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와 <마징가 계보학>이 있다.

현대시동인상, 시인협회 젊은 시인상을 받았으며 현재 한양여대 문창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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