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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유물론 / 조재도

등록 2007-10-23 18:17

시인의마을
죽은 어머니를 고추밭에 묻었다

한 길 땅 속 허공에 반듯이 누워

분해되어 가는 어머니

푸른 햇살 되퉁기는 풋고추에 몸을 실어

올여름 우리에게 싱싱하게 오신다

생명은 이렇게 한 치 건너 두 치

보이지 않는 길 따라

목숨을 싸고 돈다


고추에 된장 듬뿍 찍어

와삭, 어머니를 먹는다

어머니 살을 먹는다

어머니를 움켜쥐고 있는 흙의 손을 먹는다

얼얼하구나, 오냐, 살 수 있겠다

-시집 <좋은 날에 우는 사람>(애지)에서

조 재 도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공주사대를 졸업했다.

<민중교육> 사건과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되었다가 복직했다.

시집 <백제시편> <교사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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