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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플래시메모리 / 함석진

등록 2007-10-25 17:53

한겨레경제연구소 함석진 연구위원
한겨레경제연구소 함석진 연구위원
유레카
할리우드 영화 <맨인블랙>에서 주인공들의 임무는 지구인으로 위장해 살고 있는 외계인들을 가려내고 관리하는 일이다. 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 가운데 하나가 기억을 지우는 장치다. 외계인을 본 지구인들한테 쓴 이 장치는, 플래시 빛을 번쩍 터뜨려 최근 기억이 말끔하게 사라지게 한다.

1984년 일본 도시바 연구원이었던 후지오 마수오카 박사는 디램과는 달리 전기가 나가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고, 수시로 썼다 지웠다 할 수 있는 반도체 기억장치를 발명했다. 데이터를 지우는 방법이 카메라에 달린 플래시가 번쩍 터지는 것과 비슷하다며, 장치에 ‘플래시메모리’란 이름을 달았다.

이렇게 탄생한 플래시메모리는 요즘 이동전화 단말기, 디지털 카메라, 엠피3 플레이어 등 이동형 기기들엔 어김 없이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 됐다. 기술적으로 복잡해졌지만, 디지털 부호 ‘0과 1’을 사용하는 기본 원리는 1800년대의 천공카드에서 달라진 게 없다.

플래시메모리에는 산화물층으로 사방을 절연시킨 트랜지스터 안에 전자들을 가둘 수 있는 작은 방(cell)들이 있다. 우리가 정보를 저장하거나 읽고자 전기를 흘리면, 전기장의 영향으로 전자가 들어 있는 방 주변엔 전압이 발생한다. 보유한 전자 양에 따라 방마다 다른 크기의 전압을 낸다. 그 전압의 크기에 따라 전류가 흐르거나 차단되면서 ‘0과 1’의 구분이 생긴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수한 ‘0과 1’들은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이 되고, 유에스비 저장장치에 담은 문서파일이 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개발했다고 발표한 64Gb 낸드 플래시메모리 칩은 16개를 모아 상용 형태(128GB)로 만들면, 요즘 나오는 노트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급 용량이 된다.

개인적으로 기술 진화를 구경하는 것은 영화 보는 일처럼 즐겁다. 기술의 ‘성찬’이 나를 꼭 배부르게 하거나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닌데도.

한겨레경제연구소 함석진 연구위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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