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이 그제 달 탐사위성 ‘창어 1호’ 발사에 성공했다. 이 위성은 다음달 말부터 달 표면의 3차원 입체영상을 보내게 된다. 앞서 일본이 지난달 처음 발사한 달 탐사위성인 ‘가구야’는 12월부터 정보를 보낼 예정이다. 두 나라보다 늦게 우주 개발에 뛰어든 인도는 내년 봄에 달 탐사 위성을 쏘아올릴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해 온 ‘우주 경쟁’에 아시아 나라들이 가세해 새 판을 짜고 있는 것이다.
우주 경쟁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과학기술 발전이다. 탐사위성 발사 자체가 첨단 과학기술 발전에 큰 계기로 작용하는데다 탐사위성이 보내는 정보 역시 우주의 구조와 변화를 연구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둘째는 우주 에너지 개발이다. 달에는 지구에 거의 없는 핵융합 연료인 헬륨3이 풍부하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창어 1호가 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는 우주 패권 경쟁 대비다. 미사일 기술이 위성 발사의 토대가 되듯이, 우주 경쟁 능력은 바로 우주 군사력으로 직결된다. 우주 경쟁에 뛰어든 나라들 대부분이 우주 식민지 건설을 상정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우주기술은 중국·일본보다 10년 가량 뒤처져 있다. 중국은 2012년에 달 무인 착륙선을, 2017년엔 유인 왕복선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인도도 2020년을 전후해 유인 왕복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은 2020년대에 달에 사람이 상주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의 우주기술은 내년에 자력으로 첫 위성을 발사하는 수준으로, 2020년쯤에야 달 탐사작업이 구체화할 듯하다. 국가 차원의 장기 계획이 없는데다 전자·소재 등 기초기술과 전문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아시아 나라들의 연이은 달 탐사위성 발사를 자극제로 삼아야 할 이유다.
우주 경쟁이 인류의 미래에 꼭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지구의 한계를 생각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생각보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창어 1호를 만들어 쏘아올리는 데 베이징 지하철 2㎞ 건설비와 비슷한 10억~14억위안(1500억~200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 안목과 꾸준한 실천이다. 새천년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주 경쟁이 ‘아시아의 시대’를 예고한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저절로 그 주역의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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