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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메타세쿼이아 / 손준현

등록 2007-10-29 18:43

유레카
영화 <화려한 휴가>에 보면 주인공인 택시기사가 키 큰 가로숫길을 달린다. 전남 담양의 명물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최근 서울 강서구는 화곡로 메타세쿼이아 길을 ‘강서 40경’의 하나로 선정했다. 메타세쿼이아는 빨리 자라는데다 위로 뻗기에 가로수로 제격이다. 가을엔 붉은빛 도는 갈색 단풍이 든다. 눈 맛이 시원할 뿐 아니라 중금속에 내성까지 강한 ‘효자 나무’다.

서울 쪽에서 가다보면 자유로 오른편 아래에 사람들에게 잊혀진 옛길이 있다. 자유로와 나란히 달리는 이 길에서 자전거를 탄다. 고양시 이산포 나들목에서 출발했다. 몸에 달라붙는 옷과 헬멧을 착용한 동호인들도 줄지어 달린다. 길가 억새는 은발을 바람에 천천히 빗기고, 바쁠 것 없는 은륜은 햇살을 둥글게 말아낸다. 이 길에도 메타세쿼이아가 곳곳에 서 있다. 고속질주의 자유로 바로 옆에서 원시의 화석식물이 한없이 느린 그늘을 드리운다. 파주 출판단지를 거쳐 문발공단을 지나면 송촌리 전원주택 마을이 한강을 내려다본다. 오두산 전망대가 제법 가까워 보이면 곡릉천이 한강의 품에 안긴다. 다시 일산 새도시 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이 있다. 메타세쿼이아와 친척뻘인 세쿼이아 대원시림은 죽기 전에 한번 꼭 보기를 권하는 곳이다. 세쿼이아는 체로키족 원주민 추장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로쿼이족 언어를 쓰는 추장은 최초로 인디언 문자를 만들어 사용했다. 낱말의 음절을 쪼개 알파벳이나 부호로 표시했다. 체로키족은 백인들에게 땅을 빼앗기고 지금은 오클라호마주에 소수만 남았다. 그리고 지프형 차 체로키의 어원으로 남았다. 레이더스의 1971년 노래 ‘인디언 보호구역’은 그들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를 따라 간 자전거가 체로키족의 운명처럼 울퉁불퉁한 길을 느리게 느리게 되돌아 온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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