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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새만금에 유기농 전문단지 어떤가 / 김상종

등록 2007-10-31 18:35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객원논설위원칼럼
무역규모 세계 12위라는 대한민국은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다. 세계적인 흐름과 동떨어진 곳에서 대형 토목공사나 벌여 땅값 뻥튀기해 먹고살 궁리나 하고 있다. 세상이 우리 생존의 목을 짓누르고 있는데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앞으로도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관심이 많은 유가급등 외에도 국제적으로는 지구온난화와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이제는 지구온난화가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의 보고서를 통해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고 있다. 이 기관이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위기의식의 강도를 가늠케 해준다. 지구온난화는 예기치 못한 침수·태풍·폭우·가뭄 등 기상이변을 불러 식량생산 문제와도 직결된다.

30년 만에 닥친 세계 식량위기의 징조는 식품값 폭등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밀·옥수수·우유·쌀·커피·육류 등 필수 식품 가격이 모두 치솟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값 폭등으로 파스타값이 크게 오르고, 아르헨티나에서는 토마토값이 급등하자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번지고, 러시아와 중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식품 가격을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도처에서 이미 식량부족 현상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지구적 문제일수록 과학적 분석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도리밖에 없다. 그러나 객관적 분석이 됐다고 해서 바로 대비책이 서진 않는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기후변화가 국민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미 상원 청문회 준비 내용을 백악관이 축소 편집했다는 논란도 이런 성격이다. 또한 특정 산업계와 밀착한 부시 행정부로부터 지구온난화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도록 정치적 압력을 받았다는 과학자들의 미 의회 증언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권력집단의 이해관계가 국민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차기 대통령 선택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선 공약을 보면 아직도 서민생활과 직결된 국제적 문제에 관심이 없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여전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상위 국가이고, 식량자급률이 20%대에 머물러 국제시장 상황에 바로 영향을 받는데도 긴장감이 별로 없다. 실제로 곡물가격 폭등으로 올해 9월까지 우리나라 곡물 수입액은 지난해보다 39% 늘어 전체 농축산물 수입은 97억달러가 넘었다.

그럼에도 주요 대선공약이라는 게 경부운하 건설이니 100개 골프장을 새만금에 몰아 짓자는 식의 대형 토목공사 타령이다. 심지어 ‘새만금 골프장화’는 새만금 개발을 강력히 반대했던 유시민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애초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농지 확보 명분으로 새만금 개발을 밀어붙였음을 잊진 않았을 것이다.

‘유기농산물의 영양분이 일반 농산물보다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더 타임스>에서 보도했다. 33개 연구소가 유럽연합 지원으로 4년간의 심도 깊은 공동연구를 통해, 암과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항산화제가 유기농산물에서 40%, 유기농 우유에는 90%까지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이밖에 철분·아연 같은 필수 미네랄도 역시 유기농산물에서 높았다. 이는 필요한 양의 영양분 확보를 유기농산물로 할 경우에는 더 적게 먹어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무농약 무방부 처리’ 유기농산물은 가까운 곳에서 생산돼 신속하게 유통돼야 한다. 새만금과 같은 땅이 유기농업 전문단지로 제격 아닌가? 전 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앞장서는 후보보다는 국민 건강과 식량안보를 동시에 염려하는 후보를, 가족들 밥을 굶기지 않으려는 서민들은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김상종/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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