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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언어예절] 궂긴소식 / 최인호

등록 2007-11-01 19:15

언어예절
시대 따라 장례 풍속이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늘 죽음은 하늘이 꺼지고, 한 세상이 저무는 일과 같다. 황망하여 궂긴소식 곧 죽음을 알리는 일조차 상주 아닌 호상 이름으로 내는 게 보통이다. 전날엔 부고장 꽂이를 사랑청에 두고 집안에 들이지 않았으나, 요즘은 부고장 대신 휴대전화나 전자우편으로 한시에 알리는 시절이 됐다.

부고는 알림 중에서도 육하원칙 따라 뼈대만 간추리는 대표적인 알림글이다. 인사말이나 격식이 따로 없다. 세상 버린 이 이름을 앞세워 ‘타계’ 사유와 일시를 보이면서 이를 삼가 알린다고 쓴다. 그 뒤 유족 이름과 관계·직함을 붙이고 빈소와 발인 날짜·시각, 연락처와 호상 이름을 밝히는 정도다. 신문 부고란에는 이보다 더 간략히 간추리기도 하고, 아무개의 부친·모친상 …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초상은 경황 없이 치르기 마련이어서 인사할 여유가 없으므로, 나중에 틈을 여투어 친지들에게 인사 편지를 보내는 게 도리다. 문상을 놓친 이도 있을 터이다.

부고는 부음·휘음·애계·흉문 …처럼 일컬음도 갖가지다. 사람 따라 죽음을 타계·별세·작고·서거·운명·하세 …로 달리 말하기도 하고, 종교 따라 선종·입적·열반·승천·소천 …들로 쓰기도 한다.

그 무엇보다 ‘돌아가시다, 세상 버리다, 가시다 …’들이 어울린다. 흔히 쓰는 ‘사망하다, 죽다’는 야박한 느낌을 주므로 사건·사고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언론에서도 쓰기에 걸맞지 않다. 예컨대 “20명이 사망하고(죽고) 30명이 부상했다”보다는 “스무 명이 숨지고 서른 명이 다쳤다”가 자연스럽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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