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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소나무 / 조용미

등록 2007-11-04 18:44

시인의마을
나무가 우레를 먹었다

우레를 먹은 나무는 암자의 산신각 앞 바위 위에 외로 서 있다

암자는 구름 위에 있다

우레를 먹은 그 나무는 소나무다

번개가 소나무를 휘감으며 내리쳤으나

나무는 부러지는 대신

번개를 삼켜버렸다

칼자국이 지나간 검객의 얼굴처럼


비스듬히

소나무의 몸에 긴 흉터가 새겨졌다

소나무는 흉터를 꽉 물고 있다

흉터는 도망가지도 없어지지도 못한다

흉터가 더 푸르다

우레를 꿀꺽 삼켜 소화시켜버린 목울대가

툭 불거져나와 구불구불한

저 소나무는

-시집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문학과지성사)에서

조 용 미

1962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1990년 <한길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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