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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기업사회 / 고명섭

등록 2007-11-11 18:07

고명섭 책·지성팀장
고명섭 책·지성팀장
유레카
“기업사회란 시장이 사회로부터 분리돼 나와 자율적인 것이 되는 데 머물지 않고, 시장이 사회를 식민화한 상태를 말한다.” 올해 벽두 한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책 <1997년 이후 한국 사회의 성찰>에서 사회학자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경제학자 카를 폴라니의 주장을 원용해 ‘기업사회’를 이렇게 정의했다. 김 교수가 기업사회의 핵심적 특징으로 열거한 것 가운데 몇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정치·사회가 기업 활동을 통제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봉사하는 구실을 한다.” “정치 활동, 정책 생산, 법원, 미디어 등은 주로 대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요컨대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국가 기관이 기업의 감독 노릇을 포기하고 기업의 마름, 몸종으로 전락한 사회가 기업사회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확실한 기업사회로 바뀌었다고 진단하면서, 그 기업사회의 왕좌를 차지한 기업으로 삼성을 지목했다. “한국이 기업사회로 변화하는 흐름의 중심에 삼성의 영향력 확대가 있다.” “삼성의 사회적 지배는 최근 수년 사이에 나타난 가장 뚜렷한 특징이었다.” “삼성은 막대한 언론 기부금과 광고비 지출을 통해 언론기관의 보도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가의 경제정책·노동정책과 복지정책·교육정책을 좌우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 기업사회는 ‘삼성사회’이며, 삼성사회란 곧 삼성왕국이다. 통제받지 않고 견제받지 않고 절대권을 휘두르는 그들만의 나라인 셈이다. ‘민주공화국’은 이 왕국의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사회는 반드시 부패한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자기 자신만 부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마름들도 부패시킨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로 부패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견고하고 광범위한지 얼핏 드러났다. 놔두면 나라가 썩어 앉을 판이다.

고명섭 책·지성팀장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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