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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08 19:19 수정 : 2005.04.08 19:19

정부는 강원도 양양 지역 산불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주민들을 재빨리 이동시켰고, 처음으로 ‘재난사태’ 선포도 했다.

동해안의 아름다운 사찰인 낙산사가 불타고 많은 주민들이 집과 살림살이를 잃었지만, 희생자가 없었던 데는 정부의 이런 노력도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7일 내린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대해서는 엇갈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날벼락같은 산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정부가 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과정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정부는 7일 피해 조사단을 양양 지역에 급파했다고 밝힌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결론을 내린 셈이다.

‘재난 및 안전기본관리법’ 시행령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군의 경우)이 총 피해액 3000억원 이상이거나, 이재민 숫자가 8000명 이상이어야 한다. 양양 지역은 8일 현재 산림 250ha와 낙산사를 포함한 건물 266동이 불타고, 147세대 382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문화재 가치를 금액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선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물론 시행령에 단서조항이 있긴 하다. ‘효과적인 수습 복구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재난의 경우 특별재난으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3월 폭설 피해를 본 충청도 지역 피해액도 기준에 못미쳤지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은 이 단서 조항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태풍 ‘민들레’로 피해를 본 지자체들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가 분명한 기준이나 절차없이 여론에 편승해 자의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앞으로 발생할 크고 작은 자연재해 때마다 형평성 시비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빠진 국민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를 정확히 재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정혁준 사회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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