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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땅이름] 소와리골 / 허재영

등록 2007-11-14 18:14

땅이름
김유정은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토속 작가다. 그래서 그런지 안성 쪽 박두진 문학관이나 경주의 김동리 문학관과 대비할 때, 그의 생가를 배경으로 조성된 유정 문학관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봄봄> <동백꽃> <소낙비> <만무방>과 같이 제목에서부터 정감을 드러낸다. “제-미 키두. 개돼지는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 딸이 크면 성례를 올려 주겠다는 마름의 말을 믿고 데릴사위 노릇을 하는 <봄봄>의 ‘나’가 뱉어놓은 바보 같은 중얼거림에서 우리는 안타까움보다는 부드럽고 상큼한 웃음을 지어낼 수 있다. 이런 김유정의 문학을 키워낸 바탕에는 그가 살았던 마을과 순박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의 마을 뒷산에는 유정이 다녔음직한 골짜기와 고개가 한눈에 보이는데, 이들 산에는 소나무·갈나무·생강나무 등이 아름답게 자란다.

‘소와리골’도 유정의 뒷산에 있는 골짜기의 하나다. ‘소와리’는 ‘송화’가 변한 말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소아리’를 뜻하는 말일 수도 있다. ‘소아리’는 사전에 실리지 않은 강원도 토박이말로 ‘잎이 많은 소나무 가지’를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소나무’를 뜻하는 ‘솔’에 ‘아지’ 계통의 ‘아리’가 붙어 된 말로, 어린 소나무일수록 잎이 짙고 무성하다. 늦가을이나 이른 봄에 시간이 날 때면, 담장 대신 소아리를 베어다 울타리를 만들던 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는데, 유정의 문학지도에 ‘소와리골’은 토속어 ‘소아리’의 쓰임새를 생각하게 하는 그림이라고 할 만하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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