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태백에서 사북 쪽으로 재를 하나 넘으면
그것은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마음이었겠다
돌의 어둠을 기다랗게 파고 들어가
다시는 돌아 나오지 않겠다는 눈물이었겠다
그러나 이제는 막장 같은 삶도 사라지고
그 말도 사라지고
폐광들 근처 산비탈에는 허물처럼
빈집들만 남아 허물어지고 있다
그 옛날
몇 개의 재를 넘어 이곳까지 밀려와
기울어진 땅에 기울어지지 않게 세운 집
최후의 후회인 듯
최초의 결심인 듯 서 있던 집
생각하면 나에게도 그런 집 하나 있었으리라
검은 낯 씻으며 또 살아졌던 하루가
허리 숙여 들던 그런 집 누구에게나 있었으리라
오지 같은 마음에 세워졌던 집 하나가
-시집 <그늘>(랜덤하우스)에서
심 재 휘
1963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해 2002년 첫 시집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을 펴냈다.
‘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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