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인의마을] 허물어진 집 / 심재휘

등록 2007-11-18 18:19

시인의마을
태백에서 사북 쪽으로 재를 하나 넘으면

그것은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마음이었겠다

돌의 어둠을 기다랗게 파고 들어가

다시는 돌아 나오지 않겠다는 눈물이었겠다

그러나 이제는 막장 같은 삶도 사라지고

그 말도 사라지고

폐광들 근처 산비탈에는 허물처럼

빈집들만 남아 허물어지고 있다

그 옛날

몇 개의 재를 넘어 이곳까지 밀려와

기울어진 땅에 기울어지지 않게 세운 집

최후의 후회인 듯

최초의 결심인 듯 서 있던 집

생각하면 나에게도 그런 집 하나 있었으리라

검은 낯 씻으며 또 살아졌던 하루가

허리 숙여 들던 그런 집 누구에게나 있었으리라

오지 같은 마음에 세워졌던 집 하나가

-시집 <그늘>(랜덤하우스)에서

심 재 휘

1963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해 2002년 첫 시집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을 펴냈다.

‘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대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