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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물신숭배 / 곽병찬

등록 2007-11-19 18:07

곽병찬 논설위원
곽병찬 논설위원
유레카
유일신교에선 신의 형상을 짓거나 그리지 못하게 한다. 창조자를 인지할 수 없는 피조물이 창조자를 지어낸다면 그건 결국 엉뚱한 우상이 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지금도 가장 잘 지키는 종교는 이슬람이다. 기독교와 불교에서도 금기시하지만, ‘선교의 목적’ 때문에 상당 부분 훼손됐다. 사람은 자신이 만든 예수상이나 십자가 혹은 불상에 경배하고 참회하며, 소원 성취를 빈다. 모상이나 상징에 어느덧 초자연적 힘을 부여하고, 스스로 기대하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에 적용되는 물신숭배를 사회과학적 용어로 쓴 것은 카를 마르크스다. 그는 자본주의의 가장 현저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물신숭배를 꼽았다. 인간 노동의 산물에 불과한 상품이나 화폐 자본이 마치 고유의 힘을 갖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종내 인간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돈은 상품과 상품을 매개하는 수단으로 만든 것이지만, 자신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자기복제 혹은 자기증식을 하며, 인간관계를 규율하고 사회적 신분을 규정하며, 인간의 노동력과 생명을 지배한다. 이런 전능한 힘으로 말미암아 돈은 의지 대상이 된다. 상품도 마찬가지다. 효용성 때문에 구입하던 것이, 구입하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대상이 된다. 나아가 구매자의 가치를 높이고 신분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쇼핑이나 명품 중독은 그 좋은 실례다.

10년 전 11월21일 한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경제적 신탁통치를 수용했다. 비록 구제금융 체제에서 벗어났긴 했지만, 양극화와 불안 증후군 등 내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최근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는 믿을 건 돈뿐이라고 했고, 75%는 일하는 목적도 돈이라고 답했다. 그래서일까. 60%가 보험에 가입했으며, 성공과 돈벌이는 이 시대의 우상이 됐다. 물신은 불안을 먹고 자라나 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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