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들이 거울이 되어
서로를 비추고 나를 비춘다
이 온갖 거울들이 아니면
내 어찌 나를 알 수 있으리
바위에 비쳐 비로소 흔들리는
한 줄기 풀잎 끝에 초승달이 흐르고
날아가는 작은 멧새의 날개에
큰 산이 가볍게 실려간다
강물 소리에 저문 들이 다소곳해질 때
내가 조용히 눈을 감는 까닭은
내 마음의 하늘에 별들이 돋아나고
바람은 허공을 울리며 불어가기 때문이다
다함없는 온갖 거울들이 아니면
저 먼 별들이 아니면
내 어찌 무엇을 그리워할 수 있으리.
-시집 <외눈이 마을 그 짐승>(문학동네)에서
김 영 석
1945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시집 <썩지 않는 슬픔>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 등.
현재 배재대학교 국문과 교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